득기심이후,
형색기골가득이지야.
글씨를 보는 것은 관상가가 사람을 봄에 있어 그 마음을 얻은 후에라야
그 모양 빛깔 기상 뼈대를 알 수 있는 것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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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동유가 위장잠부서관법첩에서 한 말이다.
타자기나 컴퓨터의 보급으로 사람들은 이제 제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그리고 한학을 하는 사람조차도 한자의 필획이나 필순을 잊어가는
판국이다.
그러나 서예는 지식인 사이에서 여전히 존중되고 있고 이름있는 사람의
작품은 고가로 거래되며 수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씨를 감상 품평할 수 있는 안목을 지니고 있지 못한
터여서 그 작가의 입선 경력이나 명성만으로 그 작품의 가치를 정한다.
이는 지극히 범속하고 용렬한 태도라 할 것이다.
< 이병한 서울대 명예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