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명식을 가졌다.
1년에도 수십번 치르는 명명식이지만 이번 행사는 정주영 현대명예회장
으로서는 뜻깊은 감회를 주는 행사였다.
명명식의 주인공은 바로 그에게 맨처음 26만t급 유조선 2척을 발주해 줬던
그리스의 리바노스사(정식명칭은 선 엔터프라이즈사)의 리바노스 회장(63)
이었던 것.
72년초 그로부터 유조선을 따낼 당시 정 명예회장이 제시했던 것은 소나무
몇그루와 초가집 몇채가 덩그러니 서있던 울산 미포만의 쓸쓸한 모래사장
사진 한장과 영국의 스코트 리스고 조선소에서 빌린 26만t급 유조선 도면
한장이 전부였다.
그러나 36세의 젊은 리바노스 회장은 정 명예회장을 믿어줬고 정 명예회장
이 이끄는 현대는 공기내에 유조선을 훌륭히 건조하고 지난 74년 6월, 첫
배를 띄움으로써 그의 믿음에 화답했다.
그로부터 25년,현대중공업은 이제 세계 최대의 조선사로 우뚝 섰다.
그룹의 튼튼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IMF(국제통화기금)
국난에서도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이는 큰 몫을 해냈다.
정 명예회장이 다른 모든 일정을 제쳐 두고 리바노스회장이 묵고 있는
경주현대호텔로 찾았던 것은 오늘의 현대가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 옛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다.
정 명예회장은 리바노스 회장의 손을 부여잡으며 "현대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발주를 해준데 대해 지금껏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고 치사
했다.
리바노스 회장은 "현대가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니 한없이 기쁘고 신뢰가
간다"면서 정 명예회장의 안부를 물었다.
오찬을 하는 동안 내내 옛날 얘기를 하면서 우정을 나눴다.
지난 68년 설립된 리바노스사는 70년대 오나시스 니아초스와 함께 그리스
3대 해운사로 명성을 날렸던 대기업.
현재 총 13척의 선단을 보유, 그리스 해운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날 "크리스티나"호로 명명된 이 유조선은 길이 3백35m, 높이 31m 규모
이며 전세계 항로에 투입돼 원유를 실어나르게 된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