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나 화의신청에 대해 1개월내에 가부간 결정을 내리도록 회사정리법
화의법 파산법 등 기업정리 관련법률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신청후 평균 4~6
개월이 걸리던 법정관리및 화의 개시결정까지의 기간을 단축, 기업정리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나가려는 개정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세계은행(IBRD) 등도 우리나라의 회사정리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이 너무
오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민사50부로 국한됐던
회사정리관련 재판부를 대법원에서 늘리기로 결정한데 이어 이번에 법을
고치기로 한 것도 IBRD 건의와 맥락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회사정리법개정은 작년 이후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번에 고칠 때 좀더
생각을 해서 또 고치지 않아도 되게 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회사정리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데 반대해야할 이유는 없다.

현행법은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정리절차 신청이 있으면 신청일로부터
3개월이내에 개시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다만 재산보전처분당시의
관리위원(재산보전관리인 등)이 아닌 자가 조사위원으로 선임된 경우에는
5개월까지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안이 복잡한
대기업의 경우 신청후 언제까지 개시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1년 가깝게 걸리는 경우도 없지않았다.

법무부가 발표한 기업정리 관련법개정안의 골자는 현재 개시결정 전단계인
조사위원회활동을 후단계로 돌린다는 것이다. 지금은 회사정리신청이 있으면
조사위원을 선임, 그에게 기업실태를 파악.조사보고서를 내게해 이를 토대로
정리절차개시결정을 내리지만 앞으로는 형식요건이 맞으면 일단 개시결정을
내리고 그뒤에 조사위원을 선임해 회생전망 등을 분석토록해 회사를 갱생시킬
것인지 파산처리할 것인지를 최종 결정토록 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결론이 내려지기 까지의 기간은 냉정히 따져 크게 달라질 것이
없지않느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지금은 법정관리(화의)개시결정이 회사
갱생결정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앞으로는 개시결정은 형식요건이고 실질적인
것은 조사위원선임후 갱생 또는 파산이 결정되는 만큼 그런 지적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는 회사정리절차에 관한 제도적인 개편 못지않게
사법부의 이 제도 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지역 전담재판부를
늘리기로 한 결정은 환영할 일이지만 전담재판부가 없는 지방의 경우에도
대책이 있어야할 것은 물론이다. 화의를 신청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또 신청하는 등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회사정리절차의 1회적
해결원칙, 정리계획안 가결요건완화 등도 따지고 보면 기업 정리에 대한
신속한 결정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신속하고 효율적인 회사정리는 이런
제도개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운영이 문제라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