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홍열 < 한국신용정보(주) 사장 >

골퍼들의 수준을 학교와 비유해서 하는 말이 있다.

샷의 비거리를 자랑하는 사람은 유치원생이고 스코어에 집착하는 사람은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한다.

골프장의 경치를 즐길 수 있으면 중학생이 된다.

그리고 골프규칙을 엄격히 지키면 고등학생 수준이 된다.

더 나아가서 골프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단계에 이르면 대학생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친구들이 자기 앞에 모여들면 골프 졸업식을 하게 되는 것
이라고 한다.

머리 얹은지 얼마 안되는 초보자들은 어떻게 하면 공을 조금이라도 더 멀리
날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관심사다.

드라이버는 샤프트가 좀더 길거나 헤드가 큰 것으로 자꾸 바꾼다.

특수소재로 만들어져서 더욱 멀리 날아간다는 공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장타를 쳐봐야 거리나 방향이 정확하지 않으면 뒤땅이나
토핑을 한것만도 못하다.

플레이가 끝난 후에 외국인들은 "오늘 얼마나 즐거웠습니까"하고 물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십중팔구 "몇타 치셨습니까"하고 물어본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학생시절부터 길들여진 도토리 키재기식의 점수문화 때문일까.

하여튼 우리의 많은 골퍼들은 아직 초등학생 수준을 못벗어나고 있다.

어느 골프장이나 산과 계곡을 끼고 있어서 경치가 훌륭하다.

주변의 경치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기면 중학생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호의를 베푼다는 명목으로 규칙위반을 거리낌없이 서로 권하기도
한다.

동반자의 양해없이 반칙도 다반사로 한다.

이런 골퍼들은 평생토록 중학생 수준도 벗어날 수 없다.

핸디캡이 아무리 낮아도 나쁜 매너로 다른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는 사람은
고등학교도 못들어가는 수준인 것이다.

대학교에 입학하는 수준이 되기 위해서는 점수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

골프규칙도 잘 지키면서 동반자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나아가서 골프장의 분위기를 즐기면서 골프의 역사나 일화도 이야기할 줄
아는 여유있는 골퍼가 되어야 한다.

골프를 잘하려고 열심히 연습하는 자세는 기본일 뿐이다.

그것보다는 수양을 쌓듯이 골프를 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이왕 골프에 입문했으니 골프 졸업식은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아니라 최소한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했으면 좋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