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숯을 보내자"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왜 숯인가.

최근 출간된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과학적으로 살았을까"(황훈영 저,
청년사)에 해답이 들어있다.

이 책은 닥나무로 만든 한지의 생명력과 짚.풀의 과학 등 우리 조상들의
생활과학 27가지를 소개한 대중교양서다.

우선 숯의 비밀부터 보자.

숯은 부패를 막아주는 천연 방부제다.

온갖 전염병이 들끓던 시절에도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비결이 숯에 있었다.

숯을 집안 구석구석에 놓아두면 부패와 습기를 막아주고 한여름 광 속에서는
냉장고 역할까지 한다.

우물을 팔 때 바닥에 깔면 미네랄에 의한 정수작용과 함께 물맛도 좋게
한다.

숯은 음이온으로 공기를 맑게 해주고 전자파를 차단시켜주는가 하면 온갖
냄새와 세균을 빨아들인다.

지난 72년 중국에서 2천5백년 전의 시신이 발견됐을 때 그 속에서 나온
오이 씨가 싹을 틔웠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발굴 당시 시신은 사망한지 나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 상태로
보존돼 있었다.

무덤위에 덮인 5톤 가량의 숯이 방부제였던 것이다.

이른바 "숨쉬는 그릇"으로 불리는 옹기에도 선조들의 지혜가 듬뿍 들어있다.

물을 담으면 그대로 정수기가 되고 김치를 담으면 저절로 발효가 된다.

그야말로 진흙으로 빚은 생명의 그릇이다.

옻은 어떤가.

팔만대장경판이 7백여년동안 끄떡없었던 건 경판에 옻칠을 했기 때문.

장경각 지하에는 숯을 묻어 수분을 조절했다.

"미인이 좋아하는 황토방"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좋아하는 이유"
"옥스포드 사전에도 나오는 온돌" 등 흥미로운 얘기도 담겨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