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경제성장률이 16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대만 경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기업생산 및 금융시장의 여건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대만 경제가 뒤늦게
아시아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만 통계청은 9일 지난해 대만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4.8%에 그쳐
지난 82년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4.4분기 성장률은 3.7%에 그쳤다.

대만 정부는 올해 GDP성장률도 당초 5.1%로 잡았으나 이를 4.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대만 경제성장률이 이처럼 둔화된 주된 이유는 수출부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기간 수출액은 1천1백6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9.4% 감소했다.

무역흑자는 59억달러로 전년보다 무려 23%나 줄었다.

아시아 금융위기여 여파로 일본 및 동남아시아 등에 대한 수출이 줄어든
때문이다.

이 지역에 대한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약 45%를 차지한다.

이와함께 내수소비도 시원치 않다.

소비는 대만 GDP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소비증가율은 7.05%에 그쳤다.

소비증가분을 제외하면 대만의 지난해 GDP성장률은 2~3%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대만 경제의 속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일부 금융기관들이 부동산시장 침체로 부도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16개 민간은행들의 부실채권(90일이상 이자를 받지 못한 대출) 규모는
전체 대출의 7~8%에 달하고 있어 신용경색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달 초 대만 굴지의 대기업인 하이산그룹이 부도를 내는등 기업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하이산그룹 도산으로 계열은행인 판신은행으로부터 하루 18억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수출감소에 따른 기업의 수익악화, 금융시장 불안 등이 겹치면서 주가는
급락세를 계속하고 있다.

9일 타이베이(대북)증시의 가권지수는 5,723.73포인트로 전날보다 1.7%
떨어졌다.

이로써 가권지수는 지난 3주간 9.5%나 떨어졌다.

대만 정부는 8일 증시부양을 위해 기관투자의 초단기 투자규제 완화,
상장기업 정보공개 요건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제성장 기조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책으로 가권지수는 8일 한 때 오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하루 만에 다시 급락세로 돌아섬으로써 이번 증시대책은 주식시장의
허약성 만을 노출시켰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