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 일일극 "보고 또 보고"의 금주아버지는 얼마전 세번째 생활한복으로
갈아입었다.

"고려인같다"며 놀리는 아내를 졸라 새것을 장만하곤 계속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 모른다"며 생활한복 예찬론을 편다.

저고리동정을 없애고 고름이나 대님을 단추로 바꾸고 바지 앞쪽을 튼 생활
한복이 등장한지는 오래 됐다.

그러나 좀처럼 보급되지 않다가 96년말 문화체육부에서 매월 첫째 토요일을
한복입는날로 선포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종로서적은 여직원들의 유니폼을 아예 생활한복으로 만들었고 손봉숙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을 비롯한 유명인사들도 상당수 생활한복을 애용한다.

입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97년초까지 10여개에 불과하던 브랜드는 최근
2백50여개로 늘었다.

예복과 일상복 브랜드로 나뉘어지고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다소 부자연스럽고 어색해 보이던 옛 개량한복과 달리 저고리의 허리선을
살짝 집어넣고 치마도 종아리가 드러나던 통치마에서 발목까지 내려오는
롱스타일로 바꿔 날씬하게 만들었다.

남자한복도 깃과 주머니에 소매끝등에 여러가지 변화를 줬다.

최근엔 양장과 겸용할수 있는 품목도 나왔다.

일반재킷과 조화시켜 입을 수 있는 원피스 모양의 내리닫이치마나 코트
대용으로 사용 가능한 누비반두루마기등 양장과 겸용할 수 있는 품목도
나왔다.

가격대도 넓어졌다.

10만~20만원대 면소재제품이 주류였으나 이번 겨울엔 폴리에스터와 스판
또는 폴리에스터와 레이욘 합섬의 5만~7만원대 제품도 선보였다.

1주일 뒤면 민족의 명절 설이다.

생활한복 붐에 힘입어 백화점과 홈쇼핑, 통신판매사들이 앞다퉈 생활한복전
을 마련하는가 하면 우리옷상품권도 등장한 만큼 올 설엔 어느때보다 한복
차림이 많아질 것같다.

하지만 한복의 아름다움은 우아함과 여유로움에 있다.

한복의 둥글고 풍만한 선과 조촐하면서도 은은한 색의 조화는 우리의 자연과
심성을 나타낸다.

치자색 가지색 수박색등 은은한 중간색이거나 원색이라도 맑고 짙은 한복의
색은 단아하고 온화한 느낌을 지닌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옛것을 그대로 보전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한복이 지닌 은은하고 그윽한 우리옷의 참멋은 잃지 않아야
한다.

옷은 입는 사람의 정신을 담아내는 까닭이다.

널리 보급되고 보편화될수록 색깔과 디자인에 좀더 신경써 맵시있고도
그윽한 우리옷의 멋을 되살려냈으면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