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전한보그룹총회장은 4일 지난 92년 대선 직전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통령후보에게 1백50억원 정도의 대선자금을 전달했다고 밝혀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정 전총회장은 이날 "IMF환란 조사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92년 12월
12일께 하얏트호텔에서 김 전대통령에게 1백억원을 전달했는가"란 김원길
의원의 질문에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당시 김명윤 민자당고문의 서빙고동 자택에서 수차례 김영삼 후보를
만나 50억원의 선거자금을 전달했느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확실치는 않으나
대충 그 정도는 된다"고 답변했다.

정 전총회장이 정당에 후원금을 낸 것 이외에 대선후보측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일부나마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총회장은 이밖에 당시 중앙당 재정위원으로서 민자당에도 50억원선의
당비를 냈다고 밝혔다.

정 전총회장은 그러나 이같은 대선자금 제공이 김 전대통령의 직접 요청에
의한 것이냐는 추궁에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또 김 전대통령에게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1백억원을 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정 전총회장은 이밖에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으로 정치자금을 주었
냐는 질의에 대해 "대출금도 개인재산을 담보로 빌린 것이기 때문에 결국 내
돈"이라고 답변했다.

정치자금 제공방법과 관련, "당시엔 수표가 통용됐다"며 수표로 제공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 전총회장은 이날 증언에서 지난 97년 한보 부도 이후 수사과정
에서 검찰로부터 당시 야당 총재와 민주계 최모 의원에게 돈을 준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또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이 "검찰이 한보 부도 이후 야당 총재들과 민주계
최모 의원에게 돈을 준 일이 있다고 시인하면 아들을 살려주겠다고 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정 전총회장은 그런 사실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한보 부도 이후 김 전대통령에게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검찰이 대선자금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자민련 정우택 의원은 "한보철강이 노무비를 과다계상해 조성한 7천3백31억
원 이외에 4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추가로 조성했다"며 비자금 조성 규모와
사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 전총회장은 한보가 조성한 비자금의 대부분은 한보철강의 투자비를
마련하기 위한 ''자금조성비용''으로 활용했고 지난 97년 산업은행으로부터
3천억원만 조달했다면 한보가 부도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정 전총회장은 "당시 단자사 등에서 1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면 중간에
자금을 조성해주는 전문인에게 한달에 1백만원씩을 줘야 한다"며 "1억원을
빌리려면 1년에 평균 1천2백만원의 자금조성비용이 든다"며 비자금 조성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정 전총회장은 또 "지난 97년 산업은행으로부터 3천억원을 받았다면 한보는
부도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석채 전청와대경제수석이 한보 부도의 원흉"
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총회장은 "세계철강 부존자원의 60%에 달하는 분광을 활용하는 코렉스
공법은 우리나라의 먼 장래로 본다면 자손 만대로 살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