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 말콤 보세의 소설 "길"(김옥수 역, 도서출판 끌리오)이
출간됐다.

고대 인도의 한 소년이 자아를 찾아가는 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은 7세기초.

갠지스강과 야무나강 사이의 평원에 자리잡고 있던 영주 하르샤가
북인도를 통일한 뒤 굽타 왕조를 세운 시절이다.

최상류 계층 브라만 출신인 알준은 여동생, 삼촌과 여행중 강도떼를
만난다.

그들의 손에 삼촌이 죽고 여동생 가우리는 납치당한다.

강도를 뒤쫓던 그는 꼬임에 빠져 마취제를 마시고 군대에 팔려간다.

상관의 눈에 띈 그는 코끼리를 부리는 임무를 맡는다.

전쟁중 싸움과 명예를 즐기던 그는 코끼리를 잃고 자신도 얼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적국의 노예가 된 알준은 화강암 조각가로 새 삶을 개척한다.

우여곡절끝에 "집중명상"으로 심신의 안정을 되찾은 그는 몇년동안
화강암 암벽조각에 매달려 위대한 조각품을 완성하고 가우리와도 만난다.

이 작품의 원제는 "상아와 돌"(Tusk and Ston).

코끼리 상아가 순간적인 부귀영화와 공허감을 상징한다면 돌은 인내와
영속적인 영광을 의미한다.

알준이 조각하던 화강암이 바로 돌의 원뜻이다.

알준이 돌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만나고 명작을 완성하는 과정이
전반부의 전쟁영웅 심리와 뚜렷이 대비된다.

이 소설에는 인도의 다양한 관습과 종교 신분제도 예술 등이 묘사돼 있다.

인도 전역에 퍼져 있는 대서사시도 자주 등장한다.

알준과 코끼리 간디바의 이름도 모두 서사시에서 나왔다.

1천4백년 전, 재난속에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소년의 모습이 지금의
신세대와 어떻게 교감될 지 주목된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