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2년째를 맞아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얼어붙었던 소자본 창업
시장에도 봄은 오고 있다.

그동안 관망 자세를 보이던 예비 창업자들도 "뭔가 한번 해보자"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특히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이자수익에 의존하던 퇴직자 그룹이
본격적으로 창업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실업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던 정부에서도 새해를 맞아 과거와는
다른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소자본 창업 지원책을 다양하게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업종이 유망사업으로 부상할까.

급격한 사업환경의 변화만큼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소자본 창업시장에서
유망아이템을 집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파도가 거칠더라도 해도와 나침반이 있다면 난파되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창업분야의 해도와 나침반은 바로 "사업트렌드"다.

트렌드를 꿰뚫고 있으면 유망사업의 금맥을 찾아낼 수 있다.

창업전문가들은 99년을 지배할 주요사업트렌드로 대략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번째가 소득감소에 따라 딜리버리(Delivery), 디스카운트(Discount),
디아이와이(DIY)등 이른바 3D비즈니스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딜리버리사업, 즉 음식배달사업은 외식비 감소와 상관관계가 있다.

전체 가계소비중 외식비 비중이 크게 줄면서 가정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외식분위기를 내는데 배달음식만큼 좋은 것이 없다.

이에따라 족발, 보쌈, 해물탕, 야식등 각종 배달음식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물건을 싸게 파는 대형할인점및 지역별로 가맹점을 두고 회원들에게 실질
적인 할인혜택을 주는 할인카드서비스와 쿠폰사업도 디스카운트 트렌드가
지속되는한 유망사업의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셀프세차장과 같은 DIY형 업종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각광받고 있다.

셀프커피전문점에 이어 셀프주유소, 셀프형 횟집, 코인세탁소, 셀프자동차
공방등이 틈새시장을 파고들며 독자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두번째 트렌드는 정보화사회로 급진전되면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각종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호(SOHO)라는 이름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들 업종은 무엇보다도 창업비용
부담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점포없이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를 이용해 상거래를 하기 때문에 1천만원
미만의 소자본으로 사업이 가능하다.

지난해 등장한 컴퓨터공부방은 자택에서 PC를 이용해 초.중등학생들의
학습을 지도하고 최신 학습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초미니 학원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공간을 영업 또는 사무공간으로 활용하면 되고 초기
투자비용으로 중고 컴퓨터 4~5대만 장만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각종 서적을 판매하는 인터넷 서점도 유망하다.

서적판매는 상품이 표준화되어 있고 서적정보만으로도 구매의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터넷사업 가운데 성공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 분야다.

세번째 트렌드는 아웃소싱(Outsourcing)이다.

기업들이 일상적인 관리업무를 외부용역으로 대체하는 아웃소싱이 보편화
되면서 각종 업무대행업이 유망사업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헤드헌터업이 이 분야의 대표적 사업이다.

헤드헌터업체는 감원선풍으로 대기업이나 정부에서 밀려난 유능한 인재들을
중소기업이나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에 공급한다.

구직을 원하는 전문인력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다음 이들을 원하는
기업에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네번째 트렌드는 여성의 사회진출과 맞벌이 부부증가로 가정 생활을 편리
하게 해주는 다양한 생활지원 서비스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부문에서도 효율적인 관리개념이 도입된 것이다.

쇼핑과 청소등 가사일을 대행해 주는 사업이 이 분야의 대표적 아이템이다.

또 산모에게 체형관리, 산모영양식, 신생아 돌보기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
하는 산후조리원도 생활지원형 사업으로 등장, 주목받고 있다.

세탁 편의점이라는 것도 등장했다.

일반 세탁소와 달리 점포에 대형 세탁기나 드라이클리닝 기계를 두지 않고
손님이 의뢰한 세탁물을 수거해서 세탁공장에서 일괄 세탁한뒤 배달해준다.

다섯번째 트렌드는 산업구조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여가와 오락사업이 번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인터넷게임방등 각종 스트레스 해소사업이 새롭게 등장, 호황을
맞고 있다.

인터넷 게임방은 인터넷과 컴퓨터통신시설을 갖춰놓고 네트워크 게임,
PC통신, 정보검색, 문서작성등 사이버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세대층의 오락추구 욕구와 스트레스해소 트렌드가 맞아 떨어져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30분 안팎의 짧은 시간동안 고객이 원하는 신체부위를 집중 안마
해 주는 퀵마사지 사업이 일본에서 도입돼 성업중이다.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과 주부등을 주요고객으로 하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라고 하면 맥반석 찜질방도 빼놓을 수 없다.

각종 만성질환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맥반석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을 쬐게 하여 건강을 증진시키는 사업이다.

맥반석을 특수제작된 가마에서 1천3백80도로 가열해 발생한 원적외선에
신체를 노출, 체내의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여섯번째 트렌드는 신토불이바람이다.

글로벌시대가 되면서 외래 문물이 일상속에 침투하는 것에 비례하여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한 애착도 강해지고 있다.

특히 음식이 그렇다.

우리의 입맛에는 역시 우리 음식이 최고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10여종의 토속어종을 산지로부터 직송, 싱싱한 횟감을 제공하는 토속회
전문점이나 알싸한 홍어의 옛맛을 재현한 홍어전문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홍어전문점에서는 홍어찜, 홍어회, 홍어무침등 6가지 요리를 취급한다.

마지막으로 알뜰소비와 관련된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소득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검소한 생활로 회귀하는 경향이 두드러지
면서 재활용(Recycle), 수선(Repair), 리필(Refill)사업이 유망사업으로
부상했다.

중고재활용품은 컴퓨터, 가구, 의류에서부터 최근에는 헌책, 스포츠용품,
에어컨, 난방기등으로 종류가 다양화되는 추세다.

의류, 책, 장난감, 가구등 각종 중고 어린이용품을 취급하는 어린이 중고품
판매점도 등장했다.

어린이용품은 사용기간이 짧다는 특성 때문에 재활용아이템으로 안성맞춤
이다.

또 컴퓨터 프린터에 사용되는 카트리지를 재생해 되파는 재생 카트리지
사업도 인기다.

이들 사업은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소비의식 성숙에 기여하는
것으로 경기 부침에 상관없이 롱런할 업종이다.

이상에서 언급한 7가지 트렌드와 상관없이 예측하기 힘든 소비성향의
변화에 따라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신업태가 왕성하게 출현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인 가격할인이라든지 시장을 다시 세분화하는 초전문화(Super
Specialty), 복합화등을 통해 새로운 업태가 계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주방용품 목욕용품등을 시중가의 절반수준에 판매하는 생활용품 균일가점과
우유 아이스크림 요구르트등 유제품과 햄 치즈등 육가공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유제품 육가공품 전문점등이 이에 해당된다.

IMF체제 이후 많은 소점포들이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상호보완적인 상품을
함께 취급하는 복합매장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 서명림 기자 mrs@ >

[ IMF시대의 창업 10계명 ]

1.빚으로 창업하지 말라.
2.기대수익을 낮춰 잡아라.
3.장기투자가 예상되는 아이템은 포기하라.
4.다이어트창업을 하라.
5.다이어트경영을 하라.
6.과시성.거품소비관련 사업에는 손을 떼라.
7.신종사업보다는 틈새시장을 노려라.
8.현금회전이 빠른 사업을 하라.
9.합리적인 소비에 맞는 업종을 택하라.
10.가족형사업을 하라.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