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심재륜 대구고검장의 검찰수뇌부 퇴진성명 파동을 단순한 "항명사건"
으로 규정했다.

대전 법조비리에 연루된 한 검사가 사건을 은폐하지 못하자 벌인 사건으로
그 의미와 파장을 애써 평가절하하려는 모습이다.

검찰수뇌부는 28일 정기적인 과.부장회의를 열며 평상시의 업무로 돌아갔다.

김태정 검찰총장도 이날 오전 9시 정각에 출근했다.

겉으로 드러난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는 이처럼 조용했다.

김 총장은 그러나 기자들이 몰려있는 본관 현관을 피하고 지하 2층을 통해
집무실로 올라갔다.

지난 97년 8월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후 처음있는 일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심 고검장은 "검찰이 정치시녀 역할을 해왔다" "검찰수뇌부는 조직과 후배
검사를 담보로 권력에 영합해 개인의 영달을 추구해 왔다"고 개탄했다.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게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데는 검찰내부의
문제가 누적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최근 한나라당의 국회529호 강제난입 사건처리에서 나타난다.

검찰은 관련 국회의원을 출국금지시켰다가 반발이 심하자 슬그머니 철회
했다.

또 강제난입만 수사하고 국정원의 정치사찰은 수사하지 않는등 검찰수사의
공정성 여부가 아직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일부 소장검사들이 심 고검장의 말에 동조하고 있다.

그만큼 검찰조직의 후유증은 클수 밖에 없다.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 떡값이나 전별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후배를 나가라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나"(서울지검의 모검사) "자기 일에
충실한 검사를 모두 도둑놈으로 모는데 지휘부가 뭘 하고 있나"(모 부장검사)
등은 검찰수뇌부로서는 뼈아픈 지적들이다.

현 검찰수뇌부가 작금의 사태에 대한 지휘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은 검찰의 이같은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검찰내부의 썩은 부위가 터져 외부로 노출된 것이라는 반응도 나타낸다.

사건의 내막이야 어떠하든 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는 하나다.

검찰의 최대 위기라 할수 있는 이번 사건을 검찰개혁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검찰은 지금이야말로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 말을 깊이 되새겨 볼 때다.

"검찰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충고다.

< 김문권 사회 1부 기자 m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