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벨이 울리고 가장이 들어선다.

"네 아버지 요즘 힘드실거야"

온가족이 둘러앉은 식탁에 놓인 된장찌게.

"아버지 먼저 드세요"

아들의 한마디에 아버지는 속으로 대답한다.

"그래, 내가 이맛에 산다"

이 광고가 전하는 건 두 가지다.

어려운 시대를 견디게 하는 건 단란한 가정이요, 이를 위해선 맛있는 음식
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일까.

IMF 이루 요리책 출간이 부쩍 늘어났다.

종래 요리책은 황혜성 왕준련 하숙정 한복려 하선정 한정혜씨 등 요리전문가
가 쓰거나 이들의 자문을 받아 출판사 편집부에서 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연예인을 비롯한 비전문가들의 요리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인 김광균씨의 딸이자 간송 전형필 선생의 며느리인 김은영의 "엄마가
주는 숨은 비법 요리책", 인테리어디자이너인 이지영의 "탤런트 손창민 아내
이지영의 요리솜씨"가 이런 바람의 시초다.

그러더니 겨울 들어 "하희라의 똑소리 나는 요리솜씨" "유성아 뭐 먹고
싶니"(진미령) "김수미의 전라도 음식이야기" "신은경의 신나는 요리"등
연예인들의 요리책이 꼬리를 물었다.

이번엔 초등학생이 쓴 "신행이의 행복한 요리"(심신행)까지 나왔다.

요리책 붐의 이유는 서너가지로 풀이된다.

밑반찬 정도는 익히고 결혼하던 예전과 달리 찌개도 못 끓이는 초보주부들이
당장 부딪힌 식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요리책부터 찾는다는 것이다.

비전문가들의 책이 대부분 특별한 음식보다 북어국 제육볶음같은 기초음식을
소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IMF로 외식비가 준 것과 출판사의 실용서 기획붐도 이유로 꼽힌다.

출판불황 시대에 기본독자가 있는 요리책 경쟁이 불붙다보니 유명인의 이름
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이 등장했다는 얘기다.

음식맛은 손맛이라고 하거니와 어떤 음식이든 직접 만들어보는 것 이상의
비결은 없다.

정성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기본솜씨가 부족하면 안된다.

"푹 삶고" "살짝 데치는" 정도는 경험과 훈련에 의해서만 터득된다.

양념 또한 책만 봐선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

결혼전 기본요리법 정도는 익히면 좋겠지만 그래도 뒤늦게나마 요리에
관심을 갖는 여성이 늘어나는 건 다행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