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웅 < 현대경제연구원장 >

경기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최근 호전되고 있는 거시경제 지표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른 신중론과
적극론의 시각차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금융정책이나 환율정책 등의 거시정책 방향에 관한 정책 당국간의 의견대립
은 더욱 내연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오늘날과 같은 완전개방경제하에서는 국내 거시경제정책의 선택과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국내경제가 해외 경제 여건에 좌우되는 세계화 범위가 커지는 까닭이다.

어느 때보다 효과적인 정책수행을 위해 정책당국간의 긴밀한 협력과 이해가
필요한 때다.

보수적 성격이 강한 중앙은행은 저금리정책에 의한 자본 시장의 거품과
인플레이션의 발생을 염려한다.

재경부는 적극적인 경기진작책을 주장한다.

결국 올바른 처방을 위해서는 우리경제가 처한 특수여건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지금의 경기침체가 단순히 정태적인 경기순환상의 일국면이 아니라
경제개발전략의 구조적 모순에서 연유하는 동태적인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2~3년에 걸친 동태적 관점에서 분석하면 한국은행이
주장하는 금년 3.2%의 플러스 성장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관리가 시작된
97년에 비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의 구조적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또 한국경제 문제의 원인을 비효율적인 사회시스템에서 찾을 때 지속적인
구조개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대량실업에 의한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불안이 구조개혁의 현실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금년 봄에는 사상 유례없는 대량실업과 노사분규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역설적으로 경기가 회복돼 실업문제로 인한 사회불안이 해소
돼야 정부는 구조조정을 현실적으로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경제환경은 금년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교역량이 축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더구나 러시아와 브라질 경제의 대외채무 부도 가능성으로 인해 국제 금융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경기회복은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저금리정책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확대
정책은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정부의 저금리정책은 한편으로는 투자와 자본시장의 활황을 겨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고평가되고 있는 원화가치를 적정수준으로 절하시키려는
두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저금리정책은 환율을 올리는 효과보다는 금리인하로 인한
국내 자본시장 활황으로 외국자본의 증권시장 유입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환율이 내려가 수출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와같은 금융시장의 특수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거시
정책은 다음과 같이 보완돼야 한다.

첫째 저금리 정책에 의한 주식시장의 활황이 제조업의 호황으로 연결될 수
있는 세심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세제감면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공공근로사업과 같은 일회성 사업이 아닌
적극적인 실업대책을 마련해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하고 여수신금리차를 좁혀야 한다.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회생을 유도하려면 먼저 효율적인 금리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정책금리의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셋째 최근의 자본시장 호황은 외국 단기투기자본의 유입에 힘입은 바 크다.

따라서 외환가변예치제도와 같은 핫머니의 일시적 대량유출을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미리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장기 자금인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환리스크 보상책과 같은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 제도가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된다.

넷째 원화의 고평가를 억제하려면 무리한 금리인하정책 보다는 정책의
미조정을 통해서 그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는 기업이 조달하기로 약속한 해외자금의 도입을 원래
계획대로 경직적으로 실행하려 하지 말아야한다.

또 기업의 부채비율 2백% 조정도 집행에 있어 유연성을 부여해야만 외환
시장의 외환수급 조절을 통한 환율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