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우 빅딜의 최대 쟁점 부분은 SM5다.

삼성은 대우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해도 당분간 SM5를 생산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고 대우는 SM5를 생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단지 차종 하나의 생산 여부를 놓고 두 그룹이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룰 경우 그룹 전체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
이다.

대우가 SM5를 계속 생산할 수 없다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빚 문제다.

삼성자동차의 빚은 어림잡아 4조원 규모.

10%의 금리만 생각해도 이자만 연 4천억원이다.

10년간 감가상각을 한다해도 추가로 4천억원씩, 매년 8천억원의 부담이
있다.

게다가 SM5는 라이선스 차량이다.

수출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생산능력대로 연간 26만대를 만들어 팔려면 마음대로 수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못하다.

내수시장에서 이 물량을 소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SM5를 계속 만들 경우 한달에 5백대를 파는 것이
고작일 것"이라며 "연간 7천대를 만들어 1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려서야 빚
감당은 커녕 공장 운영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대당 1.5%의 로열티가 나가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대우가 이처럼 버티는데는 SM5가 꼭 필요한 차종이 아니라는 점이다.

SM5 1천8백cc급과 2천cc급은 대우 레간자와 겹친다.

또 대우는 SM5 2천5백cc급과 경쟁차종인 P-100이라는 차를 개발해 연말부터
생산에 들어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는 P-100을 생산하겠다는 생각이다.

때마침 삼성이 부산공장에 설치해놓은 조립공정은 IBS(Intelligent
Body-Assembly System)이어서 컴퓨터 제어만으로 8개 차종을 혼류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큰 장비 변동 없이 P-100을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P-100을 생산하면 무엇보다 큰 문제는 삼성자동차 협력업체들의 향방이다.

삼성 협력업체들의 설비를 바꿔야 하는데 1~2년이 소요된다.

삼성자동차의 적자가 연간 1조원이라고 보면 2조의 적자가 더 난다는 계산
이다.

이렇게 되면 88개 협력업체들이 문제가 된다.

이번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대우가 SM5를 생산하지 않으면 이들은 곧 도산할 수밖에 없다.

삼성의 걱정거리이자 정부가 부산정서의 이반을 우려하는 핵심부분이다.

삼성자동차의 외주율이 70%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력업체가 투자금액
은 약 2조원으로 추산된다.

SM5를 생산하지 않으면 2조원의 투자자금이 쓸모 없어진다는 얘기다.

삼성으로선 자신을 믿고 투자한 협력업체들에 엄청난 죄를 짓는 셈이다.

게다가 SM5를 생산하지 않으면 협력업체들의 정리도 삼성이 직접 맡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삼성자동차 부채 4조원 가운데 상당 부분과 협력업체들의 투자분을 삼성이
떠안으면 그룹 전체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자동차는 대우에 <>SM5를 일정 기간 생산하고 <>협력업체들을
떠안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는 그것이 어렵다는 얘기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