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고장난 공중전화 때문에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중요한 약속이 있어 답신을 해줬어야 했는데 지하철 제기역의 공중전화가
고장이었다.

답답했지만 동대문에서 갈아탈 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대문의 공중전화도 고장이었다.

한 정거장을 더 가 혜화역에서 전화를 걸려고 했으나 이 또한 고장이었다.

할 수 없이 또 다음 정거장인 삼선교에 가서야 전화를 걸 수 있었다.

시간이 늦어져 신용상 오점을 남기게 됐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장난 공중전화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 때마다 그날의 악몽이 지워지지가 않는다.

대부분 지하철안에는 공중전화가 1대밖에 없다.

그 1대가 고장났을 때 보수가 왜 그렇게 오래 걸리나.

불과 1~2년 전만해도 지하철의 공중전화는 고장난 게 별로 없었다.

또 고장이 나더라도 금세 고쳐 놓곤 했다.

이동전화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부터 공중전화야 고장나든 말든 관리
의식이 소홀해진 느낌이다.

한국사회의 고질병이라는 "둔감증"을 지하철역안의 고장난 공중전화에서
보는 듯해 아쉽다.

< 왕지웅 ABS96(하이텔)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