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멋쟁이들이 동대문으로 몰리고 있다.

요즘 지하철 동대문역과 동대문운동장역은 밤낮으로 붐빈다.

옷이나 신발 가방 등을 사러 나온 젊은이들 때문이다.

연령별로는 스무살 안팎이 대부분이다.

해질녘이면 가방을 멘 교복 차림의 중고등학생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상가를 누빈다.

젊은이들이 동대문시장을 찾는 것은 최신의 유행옷을 값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동대문 상인들은 유행을 뒤쫓아 가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요즘엔 동대문이 유행을 선도한다.

내로라 하는 디자이너들이 틈만 나면 동대문시장을 둘러볼 정도가 됐다.

일본 멋쟁이들도 서울에 오면 동대문에서 옷을 산다.

이들에겐 싼 가격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다.

동대문 패션이 젊은이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운동장
동쪽에 현대식 도매상가들이 들어서면서부터다.

특히 지난해 8월 밀리오레가 운동장 서편에 오픈하면서 동대문은 패션 쇼핑
의 명소로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동대문시장은 특성에 따라 운동장 동쪽의 동부상권, 서쪽의 서부상권 및
재래상권으로 나뉜다.

상권별로 취급상품과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

<>서부상권

밀리오레 거평프레야 두산타워상가를 일컫는 말이다.

세 상가는 도매와 소매(직판)를 겸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밀리오레는 불황기인 지난해 8월에 오픈하고도 호황을 누리는
"IMF시대 히트 상가"이다.

동선이 동대문에서 최고라고 알려졌다.

조명이나 디스플레이에서도 백화점을 무색케 한다.

오전11시에 문을 열어 이튿날 오전5시에 닫는다.

동대문의 간판상품인 숙녀복을 비롯, 남성복 아동복 액세서리 잡화 등을
판다.

인근 거평프레야는 점포수가 3천개를 넘는 국내 최대의 패션도매상가이다.

다음달 26일 오픈하는 두산타워상가는 도매 중심의 도.소매상가.

밤에는 도매고객(지방상인)을 잡기 위해 동부상권의 도매상가들과 경쟁하고
낮에는 소매고객(일반고객)을 놓고 인근 밀리오레 거평프레야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점시간은 오전10시.

취급품목은 거평프레야 밀리오레와 비슷하다.

핵심층이라 할 수 있는 2층에 아동복매장이 들어서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KFC와 버거킹이 입점하는 점이 특징이다.

<>동부상권

디자이너크럽 팀204 혜양엘리시움 우노꼬레 아트프라자 등 5개 도매상가가
자리잡고 있다.

저녁 8시나 9시께 문을 열고 이튿날 아침에 셔터를 내린다.

숙녀복이 중심이고 남성복 잡화 등도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상인들이 커다란 가방을 둘러메고 밤새 옷을
고른다.

밀리오레가 생기기 전에는 심야에 소매고객들이 즐겨찾던 곳이다.

도매상권이어서 값이 싼 편이다.

통로가 비교적 좁고 젊은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한 점이 흠이다.

우노꼬레가 관리회사 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부분 오픈한지
4~5년이 지나 안정돼 있다.

그러나 두산타워가 도매를 선언하고 나선데다 하반기중 인근에 도매상가인
뷰팡과 누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올해는 힘겨운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재래상권

7개의 평화시장과 동대문종합시장이 중심이다.

동부상권과 서부상권이 생기면서 경쟁력이 부족한 일부 군소상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현대식 상가들과 품목이 겹치지 않은 상가들은 건재하고 있다.

동대문종합시장은 국내최대의 혼수상가로 각종 혼수품을 싸게 판다.

신발상가인 동문시장과 동대문신발도매상가에서는 패션신발이나 구두를
직접 만들어 판다.

이밖에 신평화시장은 부인복 내의류 등으로 유명하고 남평화시장은 가방,
광희시장은 피혁제품의 쇼핑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