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브라질과 투기적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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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화산은 멈추었는가.
"아직 멀었다. 물론 미국 주식시장을 포함해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투기적 환상(financial euphoria)"에
빠져있는 투자자들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는 것이 로버트 라이텐
브루킹스 경제연구소장의 대답이다.
"1939년 영국과 프랑스는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나 전면전까지 벌어지겠냐는 안일한 기대심리가 영국과 프랑스를 지배
했다. 결국 허를 찌른 독일은 두 나라를 침공했고 온세계를 재앙속으로 밀어
넣었다. 브라질의 상황을 2차대전에 대비시키는 것이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전혀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다"는게 워싱턴 포스트의 주장이다.
브라질 화산폭발이 멈춘 것으로 오판하고 가까이 접근하는 순진한
사람들이 더 크게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는 경고인지도 모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8일 평소 여간해서는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준리(FRB)의장의 2년전 증언을 보도했다.
다우지수가 6,347을 기록했을 때 내뱉은 말이다.
"시장이 비합리적(irrational) 환상으로 가득차 있다"는 게 당시 그린스펀
의장의 충고였다.
하지만 다우지수는 현재 6천이 아니라 9천을 넘어서 있는 상태다.
시장과 그린스펀중 누가 현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장의 무지개를 계속 좇아가야 할지, 아니면 그린스펀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자숙하는 것이 좋을 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또 더 두고 봐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몇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브라질경제가 미국이나 일본,유럽경제에 비해 보잘 것 없이 작은
경제라고 마음놓을 수 없다.
태국같이 브라질의 3분의 1도 안되는 작은 경제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과거를 되씹어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브라질은 잠시 휴화산으로 잠복해 있을 뿐이다.
언제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진앙으로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우려는 브라질 경제가 위기의 와중에 서 있는 한국경제보다도 더 심한
합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점을 알게 되면 더욱 짙어진다.
다만 미국의 뒤뜰로 간주돼 미국 유럽,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의 보다
밀도있는 관심권에 들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들 서구제국 의사 손에는 이렇다할 약도
수술용구도 별로 쥐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브라질과 한국경제는 여러가지 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규모도 비슷하고 발전단계도 흡사하다.
쉽게 말해 개도국이 안고있는 문제들을 모두 내포하고있다.
수준이하의 정치, 효율적이지 못한 정부, 투명하지 못한 기업, 경직된
노동시장 등이 두 나라의 경제를 죽이는 요인이기는 마찬가지다.
과대평가된 환율과 과도한 단기외채 비중이 두 나라경제를 망친 직접적
요인이자 치명적인 약점이었다는 점 또한 닮은 꼴이다.
하지만 브라질의 합병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브라질의 엄청난 재정적자는 암적 요소다. "적자재정=고금리"라는 등식
속에서 보면 브라질이 가진 자체적인 치유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건전 재정을 꾸려온 한국이 경기부양정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반면 브라질은
반대로 재정을 줄여야 할 판이다. 금리 또한 이미 치솟을 만큼 치솟은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 외환이 빠져 나가는 것을 멈추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브라질기업을 도산으로 몰아 넣을 뿐이다. 여기에
"브라질 회의론"의 본질이 있다 한국과 브라질을 비교해 보면 어느 사과가
더 썩은 사과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브라질 사태가 오래 갈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국제경제연구소(IIE)의 몬티 그램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남미경제를 기러기떼로 보면 브라질은 이들의 리더다.
브라질이 제방향을 잡고 가느냐 여부가 남미경제의 향방을 가르는
방향타다.
미국 수출의 5분의 1을 소화하는 곳이 브라질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멕시코등도 같이 묶여있는 동아리이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이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시아 위기를 촉발시킨 "양떼(herd)"들은 헤지펀드들이었다.
브라질의 경우는 시티은행등 대형은행들이라지만 이들의 수익성이 문제가
돼 뉴욕시장에서 금융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더 큰 덩치의 은행이 흔들리면 더 큰 굉음이 들릴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의 투기적환상은 잘못될 경우 비빌 곳이라도 있다.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부 인사들은 브라질의 위기로 자금이 한국으로 몰려 우리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희망적 기대와 분석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자금들이야 말로 철새자금이고 이런 철새들이 다른 먹이를
찾아 일시에 떠날 때가 더 무서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먼저 매를 맞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1일자 ).
"아직 멀었다. 물론 미국 주식시장을 포함해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투기적 환상(financial euphoria)"에
빠져있는 투자자들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것일 뿐"이라는 것이 로버트 라이텐
브루킹스 경제연구소장의 대답이다.
"1939년 영국과 프랑스는 폴란드를 점령한 독일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
그러나 전면전까지 벌어지겠냐는 안일한 기대심리가 영국과 프랑스를 지배
했다. 결국 허를 찌른 독일은 두 나라를 침공했고 온세계를 재앙속으로 밀어
넣었다. 브라질의 상황을 2차대전에 대비시키는 것이 무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전혀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다"는게 워싱턴 포스트의 주장이다.
브라질 화산폭발이 멈춘 것으로 오판하고 가까이 접근하는 순진한
사람들이 더 크게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는 경고인지도 모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8일 평소 여간해서는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 않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준리(FRB)의장의 2년전 증언을 보도했다.
다우지수가 6,347을 기록했을 때 내뱉은 말이다.
"시장이 비합리적(irrational) 환상으로 가득차 있다"는 게 당시 그린스펀
의장의 충고였다.
하지만 다우지수는 현재 6천이 아니라 9천을 넘어서 있는 상태다.
시장과 그린스펀중 누가 현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장의 무지개를 계속 좇아가야 할지, 아니면 그린스펀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자숙하는 것이 좋을 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또 더 두고 봐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몇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브라질경제가 미국이나 일본,유럽경제에 비해 보잘 것 없이 작은
경제라고 마음놓을 수 없다.
태국같이 브라질의 3분의 1도 안되는 작은 경제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과거를 되씹어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브라질은 잠시 휴화산으로 잠복해 있을 뿐이다.
언제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진앙으로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우려는 브라질 경제가 위기의 와중에 서 있는 한국경제보다도 더 심한
합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점을 알게 되면 더욱 짙어진다.
다만 미국의 뒤뜰로 간주돼 미국 유럽,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의 보다
밀도있는 관심권에 들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들 서구제국 의사 손에는 이렇다할 약도
수술용구도 별로 쥐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브라질과 한국경제는 여러가지 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규모도 비슷하고 발전단계도 흡사하다.
쉽게 말해 개도국이 안고있는 문제들을 모두 내포하고있다.
수준이하의 정치, 효율적이지 못한 정부, 투명하지 못한 기업, 경직된
노동시장 등이 두 나라의 경제를 죽이는 요인이기는 마찬가지다.
과대평가된 환율과 과도한 단기외채 비중이 두 나라경제를 망친 직접적
요인이자 치명적인 약점이었다는 점 또한 닮은 꼴이다.
하지만 브라질의 합병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브라질의 엄청난 재정적자는 암적 요소다. "적자재정=고금리"라는 등식
속에서 보면 브라질이 가진 자체적인 치유수단은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건전 재정을 꾸려온 한국이 경기부양정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반면 브라질은
반대로 재정을 줄여야 할 판이다. 금리 또한 이미 치솟을 만큼 치솟은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 외환이 빠져 나가는 것을 멈추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브라질기업을 도산으로 몰아 넣을 뿐이다. 여기에
"브라질 회의론"의 본질이 있다 한국과 브라질을 비교해 보면 어느 사과가
더 썩은 사과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브라질 사태가 오래 갈 것이라고 보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국제경제연구소(IIE)의 몬티 그램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남미경제를 기러기떼로 보면 브라질은 이들의 리더다.
브라질이 제방향을 잡고 가느냐 여부가 남미경제의 향방을 가르는
방향타다.
미국 수출의 5분의 1을 소화하는 곳이 브라질이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멕시코등도 같이 묶여있는 동아리이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이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시아 위기를 촉발시킨 "양떼(herd)"들은 헤지펀드들이었다.
브라질의 경우는 시티은행등 대형은행들이라지만 이들의 수익성이 문제가
돼 뉴욕시장에서 금융을 교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더 큰 덩치의 은행이 흔들리면 더 큰 굉음이 들릴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의 투기적환상은 잘못될 경우 비빌 곳이라도 있다.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부 인사들은 브라질의 위기로 자금이 한국으로 몰려 우리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희망적 기대와 분석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자금들이야 말로 철새자금이고 이런 철새들이 다른 먹이를
찾아 일시에 떠날 때가 더 무서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먼저 매를 맞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bjnyang@aol.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