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좌 원장은 최근 각종 기고나 강연을 통해 정부의 간섭은 줄일수록 좋다며
"무위자연론"을 설파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무위자연의 원리야 말로
시장경제주의 작동원리와 메시지를 농축한 것이라는게 좌 원장의 주장.
그는 "아시아적 가치" 논쟁과 관련해서도 도가적 논리를 배제한 채 유교
윤리를 아시아적 가치의 전부로 평가하는 건 잘못된 발상이라는 논지를
펴기도 했다.
좌 원장은 최근 "한국경제 살리는 길"이라는 글에서 시장경제작동 원리가
함축됐다며 "도덕경"의 한 구절을 들었다.
"천하를 억지로 취하고자 하는 자는 결국 그것을 얻지못할 뿐이다. 천하는
신령한 기물이라 억지로 할 수가 없으니, 억지를 부리는 자는 실패할 것이요
잡는자는 이를 놓칠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은 극심함을 버리고, 지나침을
버리고 과분함을 버린다"
여기서 "천하"를 "경제"로만 바꾸면 시장경제주의의 원리와 경제운영의
방향이 보일 것이란게 좌 원장의 설명이다.
좌 원장이 "도덕경"을 처음 만난 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하던
4년전.
우연히 책을 잡았다가 무릎을 쳤다.
시장경제원리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정합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노자는 애덤 스미스나 하이에크 보다
앞서는 시장경제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가 노자의 무위자연론을 본격적으로 이론화하려고 결심한 것은 지난
97년초 한경연으로 옮겨오면서 부터다.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연구가 많은
한경연에서 그는 정부가 기업을 "그대로 내버려둘수록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다.
"빅딜"등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 거세지던 지난해부터 그의 생각은
굳어졌다.
사재출연 지배구조개편 등 비(비)시장적인 대기업정책이 쏟아져 나올수록
더욱 그랬다.
좌 원장은 요즘도 여의도 전경련회관 12층에 있는 원장실에 "무위자연"
"무위"라고 적힌 액자를 걸어두고 있다.
친구인 서예가 허유씨가 써준 것들이다.
원장실에 들르는 사람은 그의 "무위자연론"을 들어야 한다.
좌 원장은 지난해 9월 편도선 수술을 한 후 한달간 말을 못하게 됐을 때
"도덕경"에 의지해 "외로움"을 달랬던 것으로 전해졌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