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전문가가 없다"

은행들이 경영혁신을 위해 외부전문가를 영입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마땅한 인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최근 외부전문가 50명을 뽑기 위해 지원을 받았는데 모두
3백40여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언뜻 보기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는 경쟁률이다.

조흥은행은 이들에 대해 3급 차장이상의 직급을 주고 연봉도 "적당히" 높게
쳐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지원자들의 서류를 검토한 후 채용규모를 당초보다
크게 줄이기로 했다.

이유는 "은행에서 원하는 자격과 능력을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는 것.

이 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 증권 투신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이거나 퇴출은행 직원들이 지원했다"며 "그러나 그 정도 경력자에게 직급과
연봉을 우대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은 최소 규모만 선발한 뒤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앞으로 수시채용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흥은행은 이와함께 비상임이사회를 강화한다는 방침아래 금융계 거물을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것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 은행은 최근 이건삼 전 뱅커스트러스트은행 서울지점장에 비상임이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씨는 한사코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산정보본부장(CIO)을 외부에서 데려올 예정인 한빛은행도 인물을
구하지 못해 차일피일하고 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인사와 전산에 합병의 성공이 달렸다는 판단아래 CIO
영입에 힘을 쏟고 있으나 예상외로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이 은행은 유능한 인재를 찾아주는 헤드헌터사에 스카우트를
의뢰했다.

주택은행도 외국인 2명을 집행이사로 영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뜻대로 이뤄지진 않고 있다.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미국에서 근무중인 전문가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2월중엔 채용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용이 의외로 많이 든다"고 털어놨다.

김 행장은 주택구입 자금제공 등 외국인 2명 채용에 연간 약 1백만달러
(12억원가량) 규모의 총 비용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