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산에서 유추로 ]

"미시"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작고 깊은 "미시" 정도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무형의 세계다.

확률 "제로(0)"에서도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불가측의 세계다.

당연히 과거와는 다른 인식체계를 가진 인간형을 요구한다.

보지 않아도 실체를 유추할 수 있는 인간이다.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도 추리할 수 있고, 짐작으로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배후의 의미를 짚어내고 미래의 방향을 조망할 줄 아는 인간형이다.

한마디로 창조형 인간이다.

그래서 요즘은 "AQ(Analogy Qoutient)"라는 새로운 지수를 따진다.

"유추지수"다.

산업사회에선 IQ(지능지수.Intelligence Quotient)를 요구했다.

수리력과 분석력을 측정하는 지수다.

IQ가 높으면 기억력이 좋고 논리적인게 특징이다.

흔히 하는 말로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유추의 세계에선 종래의 머리(IQ)만으로는 안된다.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다른 질서를 만드는 기능으로는 부족하다.

IQ는 물질을 이용하고 가공하는 사회에서 재던 잣대다.

사물이 질서정연하게 선형적(linear)으로 움직일 때의 개념이다.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변화의 세계에선 인간을 측정하는 지수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한때 EQ(감성지수.Emotional Quotient)가 부각되기도 했다.

정서적인 능력을 측정하는 지수다.

남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기능주의의 퇴장과 인성재발견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였다.

하지만 이 역시 필요조건의 하나일 뿐이다.

느낌과 감정만으론 혼돈과 무정형의 세계를 극복하지 못한다.

AQ로 가는 중간과정에 불과하다.

두뇌로 치자면 AQ는 우뇌형이다.

81년에 노벨상을 받은 로저 스페리 교수(미국 캘리포니아 공대)는 인간의
양쪽 뇌가 다른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왼쪽 뇌는 주로 지능, 수리적 분석력, 논리적 사고력을 지배한다.

반면 오른쪽 뇌는 감성, 비논리적 직관, 주관적 사유, 예술적 감각을
이끌어 낸다.

기억 기능에서도 좌뇌는 언어나 수치를 담당하는데 비해 우뇌는 영상과
음향을 맡는다.

좌뇌의 기억이 전후문맥에 의존하는 직렬적 기억이라면 우뇌의 기억은
이미지에 의존하는 병렬적 기억이다.

인과론이 먹혀들지 않는 세계는 우뇌적 사고에 익숙한 인간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1+1=2"여야 하는 좌뇌의 기능에 "1+1>2"라는 상생 부등식의 해법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성에 비해 감각과 직관이 앞서는 여성이 다음 세계를 이끌 것이라는
예견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현실에서 우뇌적 사고로의 전환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분야는
역시 컴퓨터와 정보통신 쪽이다.

도스(DOS)를 대체한 윈도 프로그램은 전형적인 우뇌적 사고의 산물이다.

도스에서는 사용자가 일일이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다.

컴퓨터는 입력한 대로 따른다.

윈도에서는 그래픽으로 이미지화된 아이콘을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영상인식으로의 대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애용되는 "에모티콘(Emoticon)"은 우뇌적 표현수단의
상징이다.

에모티콘(Emotion+Icon)은 정서나 느낌을 나타내는 기호다.

가령 "^0^"는 기쁘다는 표시다.

슬픔은 "ㅜㅜ"로 표시된다.

설명 없는 단순화된 이미지로도 감정전달은 충분하다.

최근에는 아예 지식의 유형 자체를 갈라 놓을 정도다.

경영학계에서 유행하는 계량의사 결정이론에서는 지식을 "형식지(Explicit
Knowledge)"와 "암묵지(Tacit Knowledge)"로 분류한다.

암묵지는 논리적이고 기계적인 지식이다.

기업에서의 업무로 치자면 회계, 서류작성, 문서관리, 창구업무 등이
해당된다.

좌뇌의 영역에 해당하는 일이다.

암묵지는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지식이다.

고객상담, 상품개발, 비전설정, 조직문화 창조, 이미지 홍보 등이다.

우뇌의 범주다.

적어도 기업만을 본다면 이제 형식지는 컴퓨터와 기계에 맡겨도 된다.

인간의 두뇌는 암묵지에 몰입토록 하는게 생산적이다.

저명한 경영컨설턴트인 해리 덴트는 "직업 충격"이라는 저서에서 "반복적
기술만을 요하는 좌뇌적 직업은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고 인류는 우뇌적인
창조 작업에만 몰두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화이트칼라(White Callar)"의 일은 머리좋은 기계의 몫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골드칼라(Gold Callar)"로서의 새역할을 모색해야 하는
순간이다.

"사고"라는 인간 유일의 자산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그 길은 우뇌적 인간, AQ가 높은 인간을 길러내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교육이 달라져야 하고 인재를 판별하는 기준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