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 패턴 바뀐다] "물량부담 엄청"
20조~25조원 수준으로 추정해 왔다.
증권업계에서는 13일 재경부가 올해 증자물량이 3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히자 이는 업계 자체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증시에 상당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대세상승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되고 있는 증시가 이같은 대규모
증자물량의 영향으로 하락세로 바뀔 수도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우증권의 이종우 투자전략팀 과장은 "재경부의 의견대로 요즘처럼
증시의 활황세가 1년내내 지속된다면 30조원에 달하는 공급물량도 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증권시장이라는 것은 항상 상황이 변하게 마련"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가 조정이나 하락국면으로 바뀔 경우
이같은 물량은 증시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 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오르는 활황장세에서는 증자가 시장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릴 시점에서 대규모 증자물량이 나오면 수급
균형이 무너져 시장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실례로 지난 88~89년의 증시상황을 들고 있다.
88년에 당시로서는 대규모인 8조원의 물량이 쏟아졌으나 주가상승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은채 무난히 소화됐다.
그러나 85년부터 시작된 대세상승이 89년 4월에 최고점을 찍고 하향세로
돌아서자 이후 증시에 공급된 대규모 증자물량은 주가의 급락을 부채질
했었다.
이후 주가는 수년동안이나 물량부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대신경제연구소의 신용규 책임연구원은 "지난 연말 주식시장이 대규모
증자물량을 어렵지 않게 소화해낸 것은 금리하락으로 인해 갈곳없는 시중
자금이 시장으로 몰리며 나타난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것"이라며 "30조원
의 엄청난 물량을 증시가 받아내기 위해서는 유동성장세가 실적장세로 연결
되는 대세상승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는 2.4분기에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유상증자 물량이
쏟아지면 주식시장이 한차례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후
경기회복이 가시화돼 증시가 반등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에서 이같은 대규모
물량을 소화해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송태형 기자 touhg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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