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동네 여인이 개를 가슴에 안고 카트를 끌고 다니고
있었다.
개는 혀를 내밀어 쌕쌕거리기도 하고 푸드드드하면서 몸을 털기도 했다.
주인이 한 팔과 옷으로 개를 감싸고 있다고는 해도 분비물이나 털 등은
주변사람들에 불쾌함을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개 주인은 주위 시선에 대해서는 개의치않은 채 채소코너며 생선코너
등을 여유로이 거닐었다.
보다 못해 한 남자가 나섰다.
"거 식품점에는 개좀 데리고 오지 맙시다. 위생문제도 있고 개 싫어하는
사람도 생각해줘야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나 여자는 "누가 짖나"하는 표정으로 남자를 한번 흘끗 쳐다봤을 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묵살로 무안을 당한 남자도 그대로 물러서지는 않았다.
"당신은 개하고 같이 밥을 먹는지 모르지만 남들은 그러지 않으니 앞으로
사람 음식 파는데에는 개 데리고 오지 맙시다"
요즘 들어 애완견을 데리고 "아무데나" 나타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주택가 골목 같은데라면 무방하다.
그러나 은행에도 시장에도 지하철에도 버스에도 레스토랑에도 개들을 데리고
온다.
심지어 애완동물을 데리고 등교하는 학생도 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보다 자기 "개"를 더 위하는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언제부터인가 급격히 나타난 "동물휴대증후군".
동물을 키우는 것은 물론 개인 기호의 문제다.
그러나 데리고 나다니는 것은 공중도덕과 관계된 문제다.
외국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우는데에는 관대하지만 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대단히 엄격하다.
우리나라는 기호만 수입했을 뿐 예의는 가져오지 않았다.
최근 현대백화점 반포점은 지하식당가에 "개를 데리고 들어오지 맙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하지만 아직 이런 안내문을 건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
개를 허용하는 곳은 "개 데리고 올 수 있음"이라고 명시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은 곳은 모두 금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한다.
재털이가 없으면 으례히 담배 못피는 곳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 김화주 기자 heew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