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아침신문은 백화점 세일광고로 뒤덮였다.

내로라하는 백화점마다 최소 1개면부터 많게는 2-3개면에 걸쳐 광고를
실었다.

올해 첫 바겐세일을 기다려온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광고의 위력 때문인지 아침부터 신문사에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대부분 "광고내용대로 경품 및 사은품을 정말로 주느냐"는 질문이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어투였다.

그도 그럴것이 경품 및 사은품의 내용은 한결같이 파격적이다.

10만원어치만 사면 가전제품 등 푸짐한 사은품을 준다.

현금을 주기도 한다.

컴퓨터 냉장고 TV 등 고가의 상품까지 공개현상 경품으로 내걸렸다.

세일광고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온통 경품 및 사은행사 내용 일색이다.

소비자들이 "저러고도 장사가 돼나며"며 "진짜냐"고 의문을 품을만 했다.

백화점마다 내건 경품 및 사은품은 약속대로 주어진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들이 사실은 "공짜"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결국에는 경품 및 사은행사에 들어간 비용이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떠넘겨
지게 돼있다.

생색은 백화점이 내지만 비용부담은 협력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백화점은 언제나 30%-35%대의 판매마진율(이익률)을 고수한다.

세일때도 마찬가지다.

사은행사를 떠들썩하게 펼치며 마치 고객들에게 선심을 쓰는냥 하지만
비용은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

매장을 빌리는 협력업체가 애꿎게 총대를 멘다.

백화점은 기껏 협력업체가 매장사용료 형식으로 내는 마진율에서 1%-3%를
빼주는게 고작이다.

그렇다고 협력업체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을리도 만무다.

대개 판촉비용으로 처리한뒤 상품가격에 반영한다.

다음에 소비자들이 치르는 상품의 가격에 묻어 들어간다.

결국 소비자는 그만큼 비싸게 사야 한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못해 먹겠다. 언론에서라도 백화점업계의 횡포를
막아달라. 사은행사는 백화점만 좋고 협력업체와 소비자는 손해"라고 하소연
했다.

백화점의 바겐세일은 철이나 유행이 지난 재고물량을 고객들에게 싸게 팔아
소화하는 특별판매행사다.

하지만 최근 국내 백화점의 바겐세일은 협력업체를 "등쳐" 소비자를
"충동구매"의 함정으로 빠뜨리는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

한국과 일본에서 오랜동안 유통업에 종사한 오쿠보 다카시씨가 지적한
"한국유통업은 편법보다는 비용절감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위기를
탈출해야 한다"는 말이 더욱 뼈아프게 들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 김상철 기자 che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