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본래 계산하고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다.

그러나 때로는 영화를 보는 극장이 된다.

글을 쓰는 원고지이며 편지를 주고받는 우체통이다.

도서관의 역할도 하고 신문 구실도 충실히 해낸다.

이제는 학교이기도 하고 병원이기도 하다.

이렇듯 컴퓨터의 역할을 기존의 관념으로 쪼개어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기능은 복합적이다.

그러면서도 온전한 하나의 개체로 융합돼 있다.

복합과 융합.

이것이야 말로 상생시대의 생존질서다.

복합.융합화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속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슈퍼마켓에는 현금입출금기가 설치돼 있다.

우체국에서 농산물을 판다.

약국은 더이상 약만 파는 곳이 아니다.

신문도 사고 화장품도 구입할 수 있다.

단순히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 아니다.

유사한 기능을 한곳에 모아 관계된 모든 주체가 이득을 보게 하는 상생전략
의 산물이다.

공간개념도 허물어트리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이 일터가 됐다.

또 일터가 집이기도 하다.

베드타운(bed town)과 워킹타운(working town)의 거리는 이렇게 가까워지고
있다.

아예 한 건물안에서 자고 일하고 쇼핑하는 복합타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명확한 구분없이 모호한 상태, 그러나 효율성이 훨씬 높아진 새로운 질서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융합은 기술의 무한개발 시대를 열고 있다.

생물과 화학은 서로 결합해 생화학(biochemical)을, 기계와 전자는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라는 새로운 분야를 출범시켰다.

자동차는 이미 전자제품화하고 있다.

금융은 공학과 접속중이다.

놀이를 통해 공부하는 Edutainment(education.교육+entertainment.오락)는
"즐거운" 교육과 "바람직한" 놀이를 만들며 공부와 놀이의 구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하나같이 이질적인 것간의 교배를 통해 태어난 잡종이다.

그러나 부모보다 훨씬 강하고 크다.

단순한 잡종강세의 차원이 아니다.

어떤 분야에선 자신의 전세대를 아예 역사에서 퇴장시켜 버리기도 한다.

기술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능을 합쳐 버리는 융합의 시대는 종전과는
다른 새로운 경쟁력을 요구한다.

특출난 기능만으로 승부하는 시절은 지났다.

경쟁력은 영역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서 발원된다.

슈퍼마켓이 은행이어야 하고, 기차가 여관이어야 하는 이유다.

이것은 끊임없는 결합과 체세포분열 속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술이든 업종이든 가릴 것없이 잡식성일
필요가 있다.

한 종류의 나무만 잘 키운다고 아름다운 숲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융합의 시대에서 "문어발식 경영"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가장 경쟁력
있는 생존방식일지도 모른다.

[ 상생시대 기업 환경 ]

<> 목표

- 경쟁시대 : 이윤의 극대화(성장/시장점유)
- 상생시대 : 공동선(사회와 공동발전)

<> 행동원리

- 경쟁시대 : 제로섬(투쟁/대결)
- 상생시대 : 플러스섬/윈-윈(융합/포용)

<> 소속집단

- 경쟁시대 : 산업계
- 상생시대 : 기업 생태계(공동체)

<> 주요이해관계

- 경쟁시대 : 주주/고객/근로자 등 직접관계자
- 상생시대 : 고객/사회/환경

<> 주요자산

- 경쟁시대 : 기계설비/부동산/재고/금융자산
- 상생시대 : 친화력/기여도

<> 실적측정

- 경쟁시대 : 재무회계
- 상생시대 : 상생대차대조표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