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새해를 열며...진정한 봄은 오는가 .. 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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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 서강대 교수 / 경제학 >
무인년이 저물고 기묘년이 밝았다.
예년처럼 부질없는 일로 끝날 줄 알지만 올해 아침에도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을 품어본다.
어찌 보면 올해는 막바로 2000년으로 껑충 뛰었으면 싶을 만큼 정치.경제.
사회면에서 갖가지 도전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탈옥수 "장발장"과 형사 "자벨"이
대결한다.
한 때 좀도둑질을 했으나 회개하고 새 사람으로 태어나 착하게 살아가는
"장발장", 그를 변함없는 범죄자로 보고 잡아 처벌하려는 "자벨"이 독자의
뇌리에 남은 인간상이다.
인간은 변하는가.
해가 가면 사람의 몸이 쇠잔해진다는 생물학적 의미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 인간성이 변하는가.
아마도 형법의 철학적 기초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법정에 선 피고가 범죄를 저지른 당시의 인간과 동일인이라고 보아야
유죄판결이 가능하고, 일정기간 감호시설에 묶었다 풀어주면 새 사람이
된다는 가정이 있어야 형행 제도가 존재의의를 갖는다.
97년 말 IMF구제금융 당시 양식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과거의 폐습을
돌이켜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다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간 1년 사이에 무엇이 얼마나 변했으며, 앞으로 얼마나
변화하리라 기대할 수 있는가.
한국의 위기구조를 양파구조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위기의 표피인
외환위기는 간신히 숨돌릴 수 있는 대목에 이르렀다.
표피와 직결된 금융위기는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큰 가닥이 잡혀가고
있기에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지만, 관치금융 악령이 되살아 나는 어두운
그림자가 엿보여 우울하다.
대규모 도산과 신용경색 상황 속에서 기업들의 재무행태가 변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형신장과 고질병이 근절되었다고 판정하기에는
이르다.
대량실업사태에 기가 질린 노동계도 잠시 투쟁성을 감추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정치자금과 투표수의 연결고리를 통해 기업계 노동계와 맞물려 정치권은
갖가지 이름의 거센 바람만 불뿐 개혁의 흔적은 전무하다.
국민경제생활을 규제하는 그물을 옭아매는데 이골이 나 있는 관료들의
행태 역시 70년대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일반 국민들도 정부의 경기 낙관론을 타고 벌써 환란 이전의 행동양식으로
복귀하고 있는 모습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뛰고,뛰다 금새 뜨거움을 망각하는 한국인의
의식.문화.행동양식은 놀랍게도 IMF 구제금융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건재하다.
위기가 마감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위기의 원인이었던 낡은 폐습들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은 거의 틀림없다.
올해는 내각제 개헌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다툼이 두드러질 것이다.
오래전부터 정치권의 공약이나 신의는 정치인의 편의대로 쓰고 버리는
1회용상품임을 국민은 알고 있다.
어떤 선택이 민생의 안정과 번영에 이바지되느냐를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내각제는 재벌 정치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최고권력의 중심이 청와대가 아닌 총리실로 옮겨진다 해서 정부의
권위주의가 줄고 민생에 숨통이 열릴 것 같지 않다.
국내 정치구도의 새판짜기로 어수선하더라도 국제경제환경에 이변이
없는한 거시경제지표는 지난해보다 다소 개선될 것이다.
하반기에는 경제성장의 후퇴가 멈추고 실업률도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본격적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봄은 오되 봄같지 않은 봄일 뿐이다.
올해 중에 내년 총선에 대비해 화끈하게 인플레 정책을 펴자는 경제
연금술사들이 인기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올 한해 더 참고 견뎌야 국민경제의 기초 경쟁력이 든든해진다.
"국민"의 이름을 도용해 정책기조가 인기영합의 방향으로 기운다면
경제위기의 교훈이 무산된다.
한국경제의 진정한 봄은 모든 경제주체들의 개혁 실행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모두 "장발장"처럼 다시 태어나기를 몸부림해야 한다.
남의 과오 대신 자기 자신에 대해 끈덕지게 책임을 추궁하는 "자벨"이
되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
무인년이 저물고 기묘년이 밝았다.
예년처럼 부질없는 일로 끝날 줄 알지만 올해 아침에도 판도라 상자에
마지막 남은 희망을 품어본다.
어찌 보면 올해는 막바로 2000년으로 껑충 뛰었으면 싶을 만큼 정치.경제.
사회면에서 갖가지 도전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탈옥수 "장발장"과 형사 "자벨"이
대결한다.
한 때 좀도둑질을 했으나 회개하고 새 사람으로 태어나 착하게 살아가는
"장발장", 그를 변함없는 범죄자로 보고 잡아 처벌하려는 "자벨"이 독자의
뇌리에 남은 인간상이다.
인간은 변하는가.
해가 가면 사람의 몸이 쇠잔해진다는 생물학적 의미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 인간성이 변하는가.
아마도 형법의 철학적 기초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법정에 선 피고가 범죄를 저지른 당시의 인간과 동일인이라고 보아야
유죄판결이 가능하고, 일정기간 감호시설에 묶었다 풀어주면 새 사람이
된다는 가정이 있어야 형행 제도가 존재의의를 갖는다.
97년 말 IMF구제금융 당시 양식있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과거의 폐습을
돌이켜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다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간 1년 사이에 무엇이 얼마나 변했으며, 앞으로 얼마나
변화하리라 기대할 수 있는가.
한국의 위기구조를 양파구조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위기의 표피인
외환위기는 간신히 숨돌릴 수 있는 대목에 이르렀다.
표피와 직결된 금융위기는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큰 가닥이 잡혀가고
있기에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지만, 관치금융 악령이 되살아 나는 어두운
그림자가 엿보여 우울하다.
대규모 도산과 신용경색 상황 속에서 기업들의 재무행태가 변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형신장과 고질병이 근절되었다고 판정하기에는
이르다.
대량실업사태에 기가 질린 노동계도 잠시 투쟁성을 감추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정치자금과 투표수의 연결고리를 통해 기업계 노동계와 맞물려 정치권은
갖가지 이름의 거센 바람만 불뿐 개혁의 흔적은 전무하다.
국민경제생활을 규제하는 그물을 옭아매는데 이골이 나 있는 관료들의
행태 역시 70년대 방식과 다를 바 없다.
일반 국민들도 정부의 경기 낙관론을 타고 벌써 환란 이전의 행동양식으로
복귀하고 있는 모습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뛰고,뛰다 금새 뜨거움을 망각하는 한국인의
의식.문화.행동양식은 놀랍게도 IMF 구제금융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건재하다.
위기가 마감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위기의 원인이었던 낡은 폐습들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은 거의 틀림없다.
올해는 내각제 개헌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다툼이 두드러질 것이다.
오래전부터 정치권의 공약이나 신의는 정치인의 편의대로 쓰고 버리는
1회용상품임을 국민은 알고 있다.
어떤 선택이 민생의 안정과 번영에 이바지되느냐를 길잡이로 삼아야 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내각제는 재벌 정치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최고권력의 중심이 청와대가 아닌 총리실로 옮겨진다 해서 정부의
권위주의가 줄고 민생에 숨통이 열릴 것 같지 않다.
국내 정치구도의 새판짜기로 어수선하더라도 국제경제환경에 이변이
없는한 거시경제지표는 지난해보다 다소 개선될 것이다.
하반기에는 경제성장의 후퇴가 멈추고 실업률도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본격적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봄은 오되 봄같지 않은 봄일 뿐이다.
올해 중에 내년 총선에 대비해 화끈하게 인플레 정책을 펴자는 경제
연금술사들이 인기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올 한해 더 참고 견뎌야 국민경제의 기초 경쟁력이 든든해진다.
"국민"의 이름을 도용해 정책기조가 인기영합의 방향으로 기운다면
경제위기의 교훈이 무산된다.
한국경제의 진정한 봄은 모든 경제주체들의 개혁 실행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모두 "장발장"처럼 다시 태어나기를 몸부림해야 한다.
남의 과오 대신 자기 자신에 대해 끈덕지게 책임을 추궁하는 "자벨"이
되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