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예감 '99-뉴 밀레니엄] 꿈의 21세기 : '샐러리맨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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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어느날 아침 7시55분 광주시 상무동에 있는 상무워크센터.
게이트 패션의 말단사원 김영일(29)씨는 자신의 방에 들어서며 컴퓨터를
켠다.
벽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경제정보가 나온다.
조리대에서 커피를 꺼내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지켜본다.
회사 정보도 점검한다.
유럽에서 겨울상품이 잘 팔려 원단 발주를 늘렸다는 소식이 눈에 띈다.
8시 정각이 되자 모니터에 마케팅 팀장이 활짝 웃으며 나온다.
사이버이벤트 담당자와 지역 담당자들도 차례로 인사를 한다.
팀장은 부산지역 매출이 부진하다고 지적한다.
지역담당자는 "어제부터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사이버몰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달라질 것"이라고 답변한다.
원격회의는 15분만에 끝났다.
김씨는 커피잔을 조리대에 갖다 놓으며 "주문정보"를 부른다.
모니터에 밤새 소비자들이 보내온 주문 정보가 뜬다.
이 정보를 하나씩 점검해 생산팀 물류팀과 사장실에 보고한다.
주문을 취소한 고객들에겐 메일을 보내 불만을 묻거나 다른 제품을 권한다.
점심시간은 정오에서 오후 1시까지.
오후 근무시간(1~3시)에는 프리랜서가 정리한 20대 초반의 예비고객 명단을
보면서 봄 신상품을 소개하는 메일을 보낸다.
3시 5분전 세컨드하프(오후3~10시)근무자가 방으로 들어온다.
김씨는 업무를 인계하고 방을 나선다.
이 시각 서울 청담동에 있는 본사 총괄실.
서드쿼터(정오~오후6시)책임자인 이명식(48) 부사장이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옆방에서 일하는 수출팀장을 부른다.
중국 춘절(한국의 설) 매출목표를 늘려잡아 내일 원격회의때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세컨드쿼터에 근무하고 나간 사장이 중국 매출이 시원찮다는 메모를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수출팀장은 "현지 담당자는 곤란하다고 얘기하지만 재검토하라고 지시하겠
다"고 말한뒤 사라진다.
뒤이어 모니터에 나온 마케팅 팀장은 "설날을 앞두고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사이버이벤트를 개최하겠다"고 보고한다.
부사장은 "지난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
한뒤 "꼭 필요하냐"고 묻는다.
이어 재무팀장을 불러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사이버이벤트
방안을 프리랜서 최명희씨에게 발주하라고 지시한다.
오후6시가 되자 이 부사장은 라스트쿼터(오후6시~자정)담당 부사장에게
업무를 넘기고 퇴근한다.
근무시간이 서드쿼터로 바뀐 뒤엔 오전에 운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간다.
서초동 집엔 재택근무를 하는 아내가 저녁밥을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밥을 먹고나서 한시간 가량 쉰 뒤 인터넷에 들어가 대구에 사는 "바둑친구"
를 불러낸다.
친구라고 해봐야 겨우 초등학교 3학년생이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마누라의 훈수에도 불구하고 어제 이 꼬마에게 두 게임
모두 졌다.
고양시 화정에 사는 박윤희(38)씨는 게이트 패션의 수출팀장.
지난해까지 회사근무를 하다가 올들어 근무시간이 라스트쿼터로 바뀌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박 팀장은 오후5시에 저녁밥을 먹고 6시에 워크룸으로 들어간다.
정보를 점검해보니 중국 매출을 늘리라는 부사장의 지시가 있다.
"현지 담당자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는 서드쿼터 팀장의 메모도 있다.
박 팀장은 밀라노 파리 런던 마드리드 순으로 현지 담당자들을 모니터에
불러 상황을 점검한다.
라스트쿼터 팀장은 특히 유럽시장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근무시간이 유럽의 낮시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담당자들은 겨울상품이 잘 나가고 있다고 답변한다.
자정이 다가오면서 박 팀장은 북미시장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또 현지 담당자들의 건의사항과 발주를 챙겨 관련팀과 사장실에 보고한다.
업무종료 5분전 퍼스트쿼터 팀장이 화면에 나와 인사를 한다.
박 팀장은 "밤새 잘 지켜달라"고 인사한뒤 방을 나온다.
남편과 중학생인 아들이 소파에 앉아 박 팀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얘기를 나누다가 잠자리에 든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
게이트 패션의 말단사원 김영일(29)씨는 자신의 방에 들어서며 컴퓨터를
켠다.
벽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 경제정보가 나온다.
조리대에서 커피를 꺼내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지켜본다.
회사 정보도 점검한다.
유럽에서 겨울상품이 잘 팔려 원단 발주를 늘렸다는 소식이 눈에 띈다.
8시 정각이 되자 모니터에 마케팅 팀장이 활짝 웃으며 나온다.
사이버이벤트 담당자와 지역 담당자들도 차례로 인사를 한다.
팀장은 부산지역 매출이 부진하다고 지적한다.
지역담당자는 "어제부터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사이버몰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달라질 것"이라고 답변한다.
원격회의는 15분만에 끝났다.
김씨는 커피잔을 조리대에 갖다 놓으며 "주문정보"를 부른다.
모니터에 밤새 소비자들이 보내온 주문 정보가 뜬다.
이 정보를 하나씩 점검해 생산팀 물류팀과 사장실에 보고한다.
주문을 취소한 고객들에겐 메일을 보내 불만을 묻거나 다른 제품을 권한다.
점심시간은 정오에서 오후 1시까지.
오후 근무시간(1~3시)에는 프리랜서가 정리한 20대 초반의 예비고객 명단을
보면서 봄 신상품을 소개하는 메일을 보낸다.
3시 5분전 세컨드하프(오후3~10시)근무자가 방으로 들어온다.
김씨는 업무를 인계하고 방을 나선다.
이 시각 서울 청담동에 있는 본사 총괄실.
서드쿼터(정오~오후6시)책임자인 이명식(48) 부사장이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옆방에서 일하는 수출팀장을 부른다.
중국 춘절(한국의 설) 매출목표를 늘려잡아 내일 원격회의때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세컨드쿼터에 근무하고 나간 사장이 중국 매출이 시원찮다는 메모를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수출팀장은 "현지 담당자는 곤란하다고 얘기하지만 재검토하라고 지시하겠
다"고 말한뒤 사라진다.
뒤이어 모니터에 나온 마케팅 팀장은 "설날을 앞두고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사이버이벤트를 개최하겠다"고 보고한다.
부사장은 "지난 크리스마스 이벤트는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
한뒤 "꼭 필요하냐"고 묻는다.
이어 재무팀장을 불러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사이버이벤트
방안을 프리랜서 최명희씨에게 발주하라고 지시한다.
오후6시가 되자 이 부사장은 라스트쿼터(오후6시~자정)담당 부사장에게
업무를 넘기고 퇴근한다.
근무시간이 서드쿼터로 바뀐 뒤엔 오전에 운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간다.
서초동 집엔 재택근무를 하는 아내가 저녁밥을 지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밥을 먹고나서 한시간 가량 쉰 뒤 인터넷에 들어가 대구에 사는 "바둑친구"
를 불러낸다.
친구라고 해봐야 겨우 초등학교 3학년생이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마누라의 훈수에도 불구하고 어제 이 꼬마에게 두 게임
모두 졌다.
고양시 화정에 사는 박윤희(38)씨는 게이트 패션의 수출팀장.
지난해까지 회사근무를 하다가 올들어 근무시간이 라스트쿼터로 바뀌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박 팀장은 오후5시에 저녁밥을 먹고 6시에 워크룸으로 들어간다.
정보를 점검해보니 중국 매출을 늘리라는 부사장의 지시가 있다.
"현지 담당자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는 서드쿼터 팀장의 메모도 있다.
박 팀장은 밀라노 파리 런던 마드리드 순으로 현지 담당자들을 모니터에
불러 상황을 점검한다.
라스트쿼터 팀장은 특히 유럽시장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근무시간이 유럽의 낮시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담당자들은 겨울상품이 잘 나가고 있다고 답변한다.
자정이 다가오면서 박 팀장은 북미시장을 점검하기 시작한다.
또 현지 담당자들의 건의사항과 발주를 챙겨 관련팀과 사장실에 보고한다.
업무종료 5분전 퍼스트쿼터 팀장이 화면에 나와 인사를 한다.
박 팀장은 "밤새 잘 지켜달라"고 인사한뒤 방을 나온다.
남편과 중학생인 아들이 소파에 앉아 박 팀장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얘기를 나누다가 잠자리에 든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