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거전문가들은 요즘 지난 중간선거기간중 시도됐던 인터넷
선거캠페인을 점검하느라 부산하다.

앞으로의 어떤 선거에서든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인터넷이
가장 영향력있는 유세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새로운 전략을 짜내기
위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등 주요 언론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로운 세기, 뉴 밀레니엄에서 정치권력을 바꿔놓는 것은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인터넷 민주주의(Cybercracy)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혁명은 이처럼 정치 구조의 일대변혁을 가져 올 것이다.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온라인 투표, 사이버 국회, 전자 공청회등을 통한
직접 참여 민주주의가 대의제도를 근간으로 한 기존 정치시스템을 바꿀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방화
분권화 독립화 요구가 강해지면서 이제 중앙에 집중돼 강력한 통제권력을
행사하는 정부와 의회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가상공간의 인터넷 민주주의는 다름 아닌 정부가 사라지고 없는 새로운
세기의 정치이념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법안 입법과정에서 전자공청회를 여는 등 인터넷
민주주의의 실험이 이뤄지기도 했다.

인터넷 민주주의의 요체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국민들 한사람 한사람이
직접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 효용성은 벌써 입증됐다.

인터넷 민주주의는 행정의 일대 혁신도 예고하고 있다.

전자정부의 출현이다.

모든 민원은 집집마다 깔린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이용해 온라인
리얼타임으로 접수.처리된다.

민원관련 업무처리 프로세스는 단순화되고 대부분의 행정조직은
필요없어지게 된다.

정부물자 조달업무도 전자상거래 방식으로 자동처리된다.

정부의 모든 일은 컴퓨터와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에 의해 이뤄지고
관료는 의사결정만 하면 된다.

행정은 투명해지고 모든 정보는 공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에서도 당장 2000년부터 시작된다.

시.군.구 행정종합정보화는 민원업무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주민등록증과 의료보험증 운전면허증등을 한데 통합한 스마트카드가
도입되면 동사무소와 면사무소 구청같은 행정 단위조직은 소리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몇백년후를 가상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 "데몰리션맨"에서는 사이버
경찰이 등장한다.

남자 주인공인 실베스터 스탤론은 20세기에서 불러온 "주먹 쓰는"
경찰이지만 여주인공인 샌드라 불럭은 20세기의 범죄자 웨슬리 스나입스를
컴퓨터망에 올려진 전자지도로 앉아서 추적한다.

앞으로 이같은 일은 가상 아닌 현실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인터넷 민주주의는 "인터넷 독재권력"의 가능성도 동시에 안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러더"를 탄생시키는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는 운전면허번호 은행계좌번호등을 통합한 스마트카드같은
기초 정보에서부터 지문 얼굴 음성및 유전자 정보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모든 신상정보가 모두 컴퓨터의 데이터베이스 안에 고스란히
담겨지게 된다.

이 정보가 노출되고 그것을 악용하는 경우 컴퓨터 네트워크는 유례없는
재앙의 손길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신용카드나 시계 이동전화등에 컴퓨터를 장착해 거리에서
침실까지 한사람 한사람이 자고 일어나 무엇을 먹고 어떤 일을 하며
누구를 만나는지 모조리 추적하고 통제하는 것도 가상의 일만이 아니다.

인간은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절대적인 독재권력"의 그물에서
조금도 빠져 나갈수 없는 노예의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개인정보를 총괄하는 국가 정보기관만이 아니라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암호 해독기술을 가진 대기업이 빅 브러더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인터넷 민주주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인권 보호라는 주장이 벌써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문희수 기자 mh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