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2000년이란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밀레니엄
버그"나 "Y2K"라고 한다.

Y2K는 "Year 2 Kilo"를 줄여 표현한 것이다.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은 기간에 이 문제를 완벽하게 풀지 못하면 크나큰
재앙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점에서 Y2K는 20세기를 마감하는 시한폭탄에 비유
되기도 한다.

이 문제는 약 50년전 전세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1세대들이 연도표기를
두자릿수로 만든데서 비롯되고 있다.

방 1개의 공간을 차지할 정도로 컴퓨터의 크기는 컸지만 메모리용량이
형편없던 시절이어서 명령어를 조금이라도 짧게 만들려고 했던 결과다.

당시 코볼(COBOL) 등의 컴퓨터언어를 쓰던 초기 프로그래머들이 월.일.연
순으로 날짜를 모두 8자리로 표현하는 대신에 6자리로 줄여 놓았다.

소프트웨어(SW)에 흔히 들어가는 날짜표기를 이렇게 줄인 결과 메모리용량을
절약하는데 엄청난 효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지난 46년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이 개발된 이후 컴퓨터 성능은 나날이
발전했다.

이처럼 컴퓨터 기능이 좋아지면서 크기도 방 1개가 아니라 작은 캐비닛
정도의 슈퍼컴퓨터가 등장했지만 Y2K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초기 프로그래머들은 메모리성능이 발전하면 연도표기도 4자릿수로
늘어나겠거니 했지만 금세기가 다가도록 두자릿수를 그냥 쓸 줄은 몰랐던
셈이다.

지금와서 코볼 전문가들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나마 Y2K 문제는 90년대 중반부터 그 심각성이 거론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선 98년 들어서야 본격적인 논의의 대상이 됐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SW와 하드웨어에 있는 연도표기 방식을 모두 4자릿수로 바꾸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준연도(1980년 등)를 설정, 컴퓨터가 이 해를 기준으로
연도를 인식토록 하는 방식이다.

2000년을 "눈가림"으로 넘겨보자는 해법이다.

Y2K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선 프로그램 명령어에 든 날짜를 일일이
바꿔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선 이 작업에만 1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

특히 응용프로그램외에 하드웨어 자체에 담겨 있는 Y2K 문제나 공장의
생산장비의 경우 제조업체와 함께 풀어야 한다.

때로는 고가의 장비를 통째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는 실정이다.

어쨌든 메모리 소요량을 줄이려던 "지혜"가 Y2K를 푸는데도 모아져야 할
시점이다.

< 손희식 기자 hssoh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