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봄.세계 곳곳에서 민족간 국가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반도에서도 긴장이 조성된다.

북한이 금창리 핵의혹 지하시설에 대한 사찰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여름.미국과 북한은 지루한 협상끝에 핵사찰과 식량문제를 연계한
일괄타결에 극적으로 성공한다.

미국은 그 대가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

2000년부터 북한은 현대와의 서해안 공단 조성사업 등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남포등지에 남한기업의 투자를 받아들인다.

2003년 남과 북은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

전쟁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북한은 개방의 폭을 더욱 확대해 간다.

2010년 남북한의 경제는 하나의 분업구조로 정착된다.

이후 남과 북은 경제통합을 기초로 사회.문화적 통합과 정치통합을 위한
각종 교류를 실시한다.

2020년 남과 북은 연방의회를 구성하고 통일헌법을 제정, 완전한
통일국가를 형성한다"

국내외 통일문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재구성한 통일 시나리오다.

통일이 이같은 시나리오 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10년내 통일 기반이 조성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우리의 역량과 북한 내부의 경제적 개방요구,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그렇다는 분석이다.

한민족은 과연 21세기에는 반세기에 걸친 분단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통일한국의 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각계 전문가들이 밝히는 통일의 시기와 경로를 시나리오별로 종합해 본다.

<> 경제통합을 거쳐 통일로 =연세대 통일교육원 윤덕룡 교수는 "본격적인
경제교류가 이뤄지고 자연스러운 경제통합을 토대로 사회 문화 그리고
정치통합으로 나아가는데는 20여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이 과정이 독일식 통일의 경로를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의 경우 69년 집권한 빌리 브란트 서독총리가 "1민족 2국가 정책"
"동방정책"을 주창하면서 동독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쌓인 동서간 신뢰는 후일 통일의 물적 토대가 됐다.

윤 교수는 "이를 위해선 독일과 같이 여야를 초월한 최고 권력층 내부의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동독의 외환위기 때 서독이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동독을 지원했던
것처럼 한반도의 장기운용 전략에 대한 최고권력층의 전략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북한의 정치.사회개방은 점진적으로 =LG경제연구원의 김도경 박사는
"경제교류를 중심으로 한 남북한 관계는 10여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북한은 개혁 개방정책을 취하지만 현재의 정치.사회시스템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남북한이 본격적인 정치.사회적 통합을 이뤄나가는 것은 2010년대
후반에야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은 2001년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고 2003년에는 남북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5년 남북한은 국가연합식 연방에 합의하고 경제공동체를 구성한다.

2016년 남북연방 각료회의 및 의회가 만들어져 2024년 남북한은 완전한
통일에 이른다.

<>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식 =민족통일연구원의 황병덕 교수는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는 시기는 15년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 교수는 "북한이 개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통일의 일정은 시작되는
것"이라며 "북한이 개방정책을 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두려움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황 교수는 이과정에서 미국의 대북한 경제제재 해제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는 결국 북한이 외자를 유치할 수 있는 길을
뚫어 주는 것이며 각국의 자본이 북한으로 들어갈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란 설명이다.

<> 갑자기 다가올 수도 있는 통일 =남북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변수들은 통일을 훨씬 앞당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세종연구소의 이종석 박사는 "북한이 4~5년내 붕괴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군부의 동향과 식량난에 의한 소요, 남한과의 교류를 통한
북한주민들의 박탈감 또는 최고지도자의 건강등은 사태를 급격히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조동호 박사도 "점진적인 통일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점진적이라 하더라도 그 형태는 북한의 급속한 정치적 변화로
나타날 것이다"고 밝혔다.

즉 통일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더라도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시기에
급속히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일의 시기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21세기 초에 통일국가가
형성될 것이라는 점에선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했다.

이들은 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국제사회의 동의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미국 일본은 물론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이
남한의 통일정책에 호응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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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말 주신분들 >

<>이종석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조동호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김정균 < 한국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 실장 >
<>윤덕룡 < 연세대학교 통일교육원 교수 >
<>김도경 < LG경제연구소 경제연구 2실장 >
<>황병덕 < 민족통일연구원 교수 >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