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의 세계경제는 기대와 우려로 교차되고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지만 금융위기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만만찮다.

세계금융 불안은 일단 작년 10월을 고비로 진정되는 양상이다.

일부 위기국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세계전체로 보면 위기는 "진행형"이다.

언제 어느곳에서 위기의 폭발음이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

올해 세계경제 앞에는 5대 과제가 놓여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시아와 중남미 러시아의 위태로운 경제 <>불투명한 미국경제 <>유가
하락 등에 따른 세계 디플레조짐 <>전운이 감도는 무역전선 <>국제금융
시스템의 기반강화 등이다.

이들은 과제이자 변수다.

이런 문제들의 진행방향에 따라 올해 세계경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1) 경제위기 극복될까

올해 세계경제를 좌우할 최대 변수다.

위기국중 한국과 태국은 일단 회복의 문턱에 서있다.

미국증시 붕괴나 엔화폭락 등 돌발적인 외부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이들의 사정은 일본경제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일본은 3년째 불황이 우려되고 있다.

이 경우 아시아 주변국은 물론 세계경제 회복도 어렵다.

무엇보다 엔화와 증시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가 지나도록 회복기미가 없으면 달러당 1백50엔대의 "초엔저"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치 앞이 않보이는 러시아경제 역시 위험요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이 계속 지연되면 러시아경제는 파산이
불가피하다.

작년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넘어 디폴트(외채상환불능)에 빠질수
있다.

러시아가 디폴트로 갈 경우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중남미도 감시의 눈을 뗄수 없는 위험지역이다.

특히 브라질이 요주의 대상이다.

의회가 개혁조치를 승인하지 않아 구제금융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 상태가 오래가면 브라질에서 금융위기가 재발될 소지가 크다.

2) 미국경제는 어디로

위기국들의 경제상황 못지않게 세계경제의 중요 변수다.

미국경제가 침체되면 세계경제는 무게중심을 잃는다.

작년 세계금융위기의 와중에서도 세계가 대공황으로 가지 않은 것은
그나마 미국이 뒤에서 버텨준 덕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미국경제도 불안 기미가 역력하다.

주가는 속락중이고 기업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

감원바람도 거세다.

세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을 정도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3.5%로 추정)보다 크게 낮은 1.5~2.5%에 그칠
전망이다.

이같은 낮은 성장률도 문제지만 불확실한 증시동향이 더 문제다.

기업들의 순익악화에 대한 우려에다 무역적자 확대,클린턴 탄핵정국
등으로 주가급락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뉴욕증시 관계자들은 어느순간 87년의 블랙먼데이 같은 증시대폭락 사태가
터질 수도 있다는 불안한 심경을 최근 심심찮게 내비쳤다.

우려대로 미국기업들의 경영악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경기둔화폭이 예상보다
커지면 주가폭락은 피할수 없다.

월가의 주가폭락은 세계 증시침체를 초래, 세계경제를 불황으로 몰고
갈 위험요소다.

3) 유가.원자재값은

유가폭락 등으로 세계경제 디플레 우려가 높다.

유가가 더 떨어지거나 지금같은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는
득보다 실이 크다.

배럴당 10달러미만의 한자릿수 시대가 지속되면 산유국들의 재정적자
확대로 중동경제가 위기에 빠질 위험이 높다.

중동의 경제위기는 중남미 위기 못지않게 세계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중동산유국들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해외의 오일머니를 회수하기라도
하면 세계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빠진다.

유가와 함께 다른 원자재 가격도 계속 떨어지면 세계는 디플레상황에
직면한다.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상품가격이 떨어지는 디플레는 경제를 위축시켜
기업들의 수익을 악화시키게 된다.

기업 수익악화는 종업원 감원으로 이어지고 감원사태는 다시 소비감소로
귀결된다.

이 악순환의 결과는 경기침체다.

작년과 같은 폭발적인 외환위기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디플레는 지구촌
전체의 경제를 얼어붙게 할 것이다.

지구촌 전체가 실업의 공포로 빨려 들어갈 소지도 없지않다.

4) 무역전쟁 벌어질까

국제무역마찰은 올해 세계경제의 복병이다.

바나나 교역문제를 놓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금 "대서양 무역전쟁"
이라도 벌일 태세다.

유럽연합은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놓은 상태다.

미국은 이에맞서 유럽산 물품에 높은 보복관세를 물릴 대상품목을
발표했다.

미국의 대상은 유럽 뿐이 아니다.

무역전쟁을 불사하고라도 일본과 중국의 시장을 개방시키겠다고 최근
경고했다.

늘어나는 무역적자를 감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하원에서 탄핵을 받아 경제 쪽에서
공세적인 자세를 가열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미국과 EU 등 선진권과 러시아 브라질 한국 등 개도국간에 철강및
반도체 덤핑분쟁이 진행중이다.

이 모두 올해 세계무역전선에 화염이 일 것임을 예고하는 불안한
조짐들이다.

앞으로 국제무역 마찰이 격화될 경우 세계경제에 치명타다.

교역위축으로 세계경기회복이 지연됨은 물론 최악의 경우 경기불황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무역분쟁에 따른 수출부진은 아시아 및 중남미의 경기회복을
가로막아 위기재연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5) 금융시스템 개혁되나

지난해 세계경제위기는 취약한 국제금융체제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올해 국제금융시스템의 개혁속도와 내용에 따라 세계금융시장의
운명이 결정된다.

다행히 선진7개국(G7)을 중심으로 국제금융시스템을 개혁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국제환율을 안정시킬 제도적인 장치라든가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국제
핫머니에 대한 규제방안 등이 개혁론의 골자다.

국제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지금의 변동환율제를 느슨한 형태의
준고정환율제로 대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G7은 달러-유러-엔의 세계 3대 통화사이에 환율변동 범위를 정해놓고
이 범위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도록 하자는 소위 "목표 환율제" 도입을
논의중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운용하는 데는 많은 장애가 있어 현실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해당국이 환율목표를 지키려면 금리와 재정정책에서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각국의 경제상황이 달라 정책공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금융위기의 주범중 하나로 지목되는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안은
헤지펀드에 대한 대출제한과 투자내역공개로 모아져 있다.

각국별로 입장이 달라 효과적인 규제방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IMF와 세계은행의 개혁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역시 미국과 다른 국가들간에 입장차가 커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