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홍열 < 한국신용정보(주) 사장 >

옛말에 운이 좋은 과부는 길을 가다가 넘어져도 가지밭에 엎어지지만
운이 없는 과부는 봉노방에 누워도 고자 옆에 눕는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운이 좋은 날의 골프는 OB지역으로 빗나간 티샷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돌아 들어온다.

아이언 샷을 미스해서 엉뚱한 방향으로 볼이 날아가다가 돌이나 길을 맞고
홀인되어 이글을 잡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10m가 넘는 롱퍼팅이 홀속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운이 나쁜 날은 티샷이 아무리 잘맞아 날아가도 볼 떨어진 곳에
가보면 볼의 행방이 묘연한다.

기브를 못받은 짧은 거리의 퍼팅도 홀을 비켜 지나가기도 하고 롱퍼팅을
아무리 정확한 방향으로 해도 볼이 홀컵 주위를 한바퀴 맴돌며 훑기만 하다가
돌아 나온다.

운이 좋으면 문제가 안되지만 이렇게 운이 나쁜 날은 마인드 콘트롤이
안되어서 플레이가 아주 무너져 버리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운이 없는 날이라도 한타 한타에 너무 일회일비하지 않는
여유로운 마음을 빨리 가다듬으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여유있고 느긋한 풀레이를 할 수 있는 마음상태로 돌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가장 좋고 빠른 방법은 코스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다.

주변의 경치도 스트레스를 주는 그린 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뒤를
돌아다 보는 것이다.

어느 골프장이나 티잉 그라운드에서 홀을 바라보는 경치보다는 홀이나
페어웨이어서 뒤로 돌아서서 바라보는 경치가 더욱 좋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경치를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면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골프장에서 플레이 중에 지나온 코스의 뒤를 돌아보며 경치를
감상하는 골퍼들이 의외로 적다.

그만큼 정신적인 여유를 못갖는 것이다.

오로지 그린을 바라보면서 홀컵까지 어떻게 하면 빨리 가서 공을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만을 골똘히 생각하고 전전긍긍하기 때문이다.

남녀간의 사랑에서도 성급한 완력보다는 부드러운 여유를 가지고 하는 것이
더욱 감미롭듯이 골프도 여유를 가지고 몸과 마음의 자세를 부드럽게 해야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골프자 주변의 경치를 만끽하면서 심신의 여유를 가지고 플레이를 하면
게임이 술술 잘 풀려 어쩌다가 실수를 해도 오히려 결과가 좋게 되는 행운도
따르게 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