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재 < 충남대 언어학과교수. 역학연구가
cjseong@hanbat.chungnam.ac.kr >

핵가족이란 낱말이 나오고부터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사이는 더욱 불편
해지고 있다.

사회는 여성들도 생활전선에 뛰어들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제는 예전같이
시부모님께 잘해야만 한다는 의식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세월이 아무리 바뀌고 가족의 단위가 원자화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고유의 생활덕목을 깡그리 무시한다면 그이가 아무리 뛰어난 인사라 해도
썩 이뻐보이지 않는다.

좋은 며느리란 현명한 며느리를 말한다.

상하좌우의 균형을 여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말한다.

둘러봐도 요즘은 이러한 인물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사주명리학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상호 적대적인 관계로 아예 규정이
되어 있다.

오행의 정의에서 절대 바꿀 수 없는 불변의 원칙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남자의 태어난 날 천간이 양목에 해당하는 아름드리 큰 나무 갑목
이라고 하자.

그의 부인은 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흙이 된다.

남자의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나무를 길러주는 소중한 생명수 빗물 혹은
저수지일 게다.

비극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 남자의 처 흙은 물을 보면 괜히 짜증이 난다.

그래서 기분이 나쁠 때는 흙탕물을 만들어버리거나 혹은 흐르지 못하게
둑을 쌓아 버린다.

컨디션이 좋을 때는 흘러 넘치는 수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댐으로 작용
하기도 한다.

남자의 어머니 물의 입장에서 며느리 흙은, 이러한 이유로 눈에 가시다.

성질이 날 때는 홍수를 일으켜 온천하를 물바다로 만들어버린다.

흙이건 나무건 다 떠내려 간다.

흙으로 인해 물이 바짝 말라버린다면 그 다음은 내용이 뻔하다.

사주명리학의 기호학에서 재성은 부인이고 인수는 어머님이다.

위의 경우 오행 토는 재성, 수는 인수에 해당한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당신의 사주에서 재성과 인수의 관계가 조화로울
경우는 부인과 어머니의 사이가 순조롭겠지만 서로 장애를 일으켜 세력이
한 쪽으로 치우친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