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비에트연방이었던 러시아와 벨로루시가 내년중 연방제형태의 국가
통합을 이룩하기로 합의한 것은 통합의 실현가능성을 떠나 주목할만한 변화
임에 틀림없다. 지난 25일 양국 대통령이 전격 서명한 통합협정은 내년 중반
국민투표에 붙여질 예정이지만 그 결과에 관계없이 내년초부터 통화통합정책
을 실시하는 등 통합수순을 밟아나가겠다고 하니 이젠 양국의 재결합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물론 통합을 둘러싸고 양국의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고 구체적인 통합안도
마련되지 않아 실제 통합에 이르기 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양국의 통합선언은 91년 옛 소련이 붕괴, 12개국 독립국가
연합(CIS)체제로 분할된 후 통합논의의 첫 결실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일부에서는 양국의 재결합이 슬라브족을 다시 뭉치게 해 옛 소련지역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복원하는 계기가 될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소비에트연방의 해체와 CIS창설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등 3개 슬라브계 공화국 대통령이 수행했던 결정적 역할을 상기해본다면
이같은 전망이 근거없는 것만은 아닐수도 있다. 이들 3개국의 경제력은
구소련 15개국중 1,2,4위를 점하고 있어 이들이 다시 뭉칠 경우 옛 소련
공화국들의 재통합을 가속화시킬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벨로루시 통합추진을 계기로 소비에트연방의 재건움직임이
큰 힘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은 이 지역의 경제적 현실을 놓고 볼 때 다소
성급하다고 할수 있다. 같은 슬라브계인 우크라이나의 경우만해도 러시아의
통합염원과는 달리 오히려 경제여건이 좋은 서유럽쪽과의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독자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벨로루시의 통합추진이나 우크라이나의 독자노선 추구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이젠 세계 어느 구석에서든 경제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벨로루시의 경우 연방해체
후에도 옛 소련식 계획경제체제를 계속 고집함으로써 이젠 CIS국가 중 경제
상황이 가장 열악한 나라의 하나로 전락했다.

통합선언문 서명직후 러시아가 벨로루시의 경제난을 덜어주기 위해 에너지
원을 국제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공급해주겠다고 발표한 것만 봐도 이번
통합선언의 배경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말로는 양국통합이라지만
실제로는 벨로루시가 러시아의 주정부로 귀속하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

이미 경제적으로 파탄지경에 이른 러시아가 더 가난한 벨로루시를 떠안게
될 경우 그 어려움이 어떠할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이번 통합선언이 슬라브
국가의 통합을 염원해온 공산당 등 러시아 강경파들의 입지를 강화시키거나
러시아경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사태로 발전되지 않길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