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사태이후 특허 등 각종 산업재산권의 출원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특허청은 올들어 11월말까지 특허 실용신안 의장 상표등 4대 산업재산권
출원이 6만1천8백7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얼핏 보면 극심한 경기침체로 기업활동이 위축됐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가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좀더 깊이 생각해 보면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사안은 아닌 것같다.
산업재산권 출원이 기술개발노력의 결과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의 하나임에
틀림없고, 따라서 연구개발 열기가 그만큼 줄었다는 반증으로 볼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기술정책연구소가 기업및 대학 부설연구소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개발 구조조정 실태를 보면 이같은 추세는 더욱 명백하
게 드러난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최우선적으로 연구개발투자의
축소와 연구인력 감축을 단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20%
이상씩 증가하던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투자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10.5%가
감소했고, 구조조정에 따라 민간기업의 연구직 퇴출자만도 내년 상반기까지
8천명이 넘을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부설 연구소의 위축이 매우 심각하다는
결론이다.

기업들의 지원에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대학부설 연구소의 타격은
이만 저만이 아니고, 국책연구기관도 구조조정의 명분아래 인원감축과 연구
과제 축소등이 광범하게 진행중이라고 한다.

매우 걱정스런 사태가 아닐수 없다. 물론 기업입장에서 연구개발투자가
경영성과로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기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불요불급한
비용으로 간주되기 쉽다. 그러나 연구개발체제의 공동화가 초래된다면 자칫
우리 산업의 미래경쟁력을 회복불능 상태로 몰고갈 우려도 없지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근들어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지식기반산업 육성을 통한 산업구조의
개편은 따지고 보면 연구개발을 촉진시켜야 한다는데 귀결될수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으로 강조되는 벤처산업의 육성도 연구개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질적 성과를 거둘수 없는 과제다.

기업은 물론 국가의 국제경쟁력 원천은 기술개발이고, 이를 통해 고부가
가치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거듭
강조해두고자 한다. 아울러 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나타나고 있는 연구
개발사업의 위축에 대해 좀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방만한 운영과 낭비요인은 과감히 도려내야 하겠지만 연구기능 자체가 위축
되는 것은 큰 문제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술개발투자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연구개발은 사회간접자본이기 때문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일궈나가야 할
분야다. 민간경제의 위축이 심한만큼 정부가 과감한 연구개발투자를 선도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