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은 한국의 산업지도를 새로 그린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 대표 산업은 2사체제로 바뀌게 됐다.

철도차량이나 발전설비의 경우는 1사로 단일화된다.

이같은 판도변화는 그러나 경쟁의 산물은 아니다.

정부와 5대그룹이 머리를 맞대고 짜낸 "사업구조조정"과 "빅딜" 협상의
결과다.

적어도 외견상 업계의 자율적 협상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80년대
정부 주도의 산업합리화 조치와는 큰 차이가 있다.

5대그룹은 정부가 중복.과잉업종으로 분류한 항공 유화 철차 발전설비
선박용엔진 정유 반도체 등 7개 업종을 대상으로 사업구조조정 협상을
벌였다.

대부분 그룹에서 떼내 통합법입화하거나 일부 업체에 몰아주기로 했다.

삼성과 대우는 각각 자동차와 전자를 맞교환하기로 했다.

다가올 산업계 지각변동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업종별로 3~5개업체가
참여해 과당경쟁을 벌이던 것이 1개 또는 2개사로 통합된다는 점이다.

통합기업의 생산능력은 크게 커진다.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먼저 자동차 반도체 가전등 한국의 주력산업이 2사체제로 재편된다.

현대 대우 기아 쌍용 삼성 등 5사 체제였던 자동차의 경우 현대가 기아를,
대우가 쌍용을 인수한데 이어 대우와 삼성이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를
맞바꾸기로 함으로써 2원화의 길을 걷게 됐다.

이에따라 현대는 연산 3백54만대(해외공장 포함), 대우는 2백43만대 체제를
이뤄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현대 LG의 3원체제인 반도체도 현대와 LG가 일원화함으로써 2원체제로
바뀌게 된다.

현대와 LG가 단일법인을 설립하게 되면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5.7%로 일본의 NEC를 제치고 2위업체로 부상한다.

일본에 이어 생산 세계2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전도 삼성 LG 대우 체제에서
삼성 LG 쌍두마차 체제로 바뀌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가전시장을 6대 4의 비율로 나눠 갖게 된다.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이 단일법인을 설립하게 되는 항공분야는
통합법인과 대한항공의 2사체제로 개편된다.

한국중공업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3사 체제였던 선박용엔진은
삼성중공업이 사업을 한국중공업에 넘김으로써 2사체제가 된다.

발전설비는 한국중공업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관련사업을
넘겨받음으로써 95년이전 형태로 되돌아가게 됐다.

정부주도의 구조조정이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 예상이 많은 편이다.

특히 새 회사에 대한 부채 출자전환 등 지원조치가 있을 경우 외자유치도
쉽게 이뤄질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물론 넘어야할 산은 많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질적인 기업문화의 통합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기업문화의 통합과 비전의 공유없이 생산성은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생산라인을 통합하고 과잉설비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와함께 과잉.중복인력의 원만한 조정, 외자유치및 재무구조 개선 등도
과제다.

이밖에 일원화 또는 이원화 체제로의 개편은 경제정책 차원에선 독과점을
금지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 정책과 상충하는 측면이 있어 경쟁을
촉진시킬 보완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지도에 자사의 이름을 굵직하게 새기기 위한 업체간 경쟁이 내년
에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강현철 기자 hck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