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뜩이나
IMF한파에 쪼들리고 있는 서민가계를 더욱 압박할 전망이다. 내년중으로
예정돼있는 공공요금의 인상계획을 보면 철도.지하철요금과 우편요금이 각각
10%씩 인상되고 수돗물값은 30~40%나 대폭 오를 전망이다. 전기료도 2~5%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이며 담뱃값도 10% 정도 인상된다. 철도요금이 오르면
버스와 택시요금도 뒤따라 들먹일 게 뻔하다. 이와 함께 전화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중.고교 수업료 등도 덩달아 오를 조짐이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직장근로자들이 월급에서 내야할 국민연금 부담액이
50%가 늘어나게 되며 의료보험료와 고용보험료도 오르게 된다. 결국 4대
사회보험 가운데 사용자가 전액을 부담하는 산재보험료를 제외한 3개 사회
보험료가 모두 인상되는 셈이다. 이 모두를 합치면 통계청 기준 평균소득
(월 2백7만2천원) 도시근로자 가계의 내년도 공공요금 부담증가 예상액은
월평균 최소 4만7천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요금이란 요금은 모조리 봇물터지듯 하고 있는 것은 인상요인이
누적된 탓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최근 우리사회에
급속히 퍼져가고 있는 성급한 IMF졸업 분위기에 편승한 행정편의주의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공공요금 인상은 무조건 억제한다고 좋은 일은 아니다. 인상요인을
억누르기만 한다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공기업
이나 공공기관들은 불합리한 조직과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고질적인 병폐들을
요금인상이라는 편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안이한 발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감을 주고 있다.

공기업의 개혁은 당연히 1차적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소리만 요란했지
이해당사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도무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지난
1년간 진행돼온 개혁작업 중 가장 지지부진한 분야는 공공부문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공기업들은 적자경영에 허덕이면서도 거액의 명예퇴직금을
지급하는 등 방만한 경영에 따른 부실의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려 해선
안된다. 기회만 있으면 요금인상을 들고 나올 것이 아니라 강력한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 인상요인을 자체흡수
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인상폭과 시기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의 철저한 관리가
따라야 할 것이다.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내로 억제한다는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공공요금이 무더기로 오를 경우 일반물가를 자극할
것이 분명하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는 상태에서 물가마저 올라 인플레
현상으로 이어진다면 경제회생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