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증권 목동지점의 정희엽 대리(30)는 요즘 신바람이 났다.

내년초에 받을 인센티브(성과급) 때문이다.

지난 10월부터 연말까지의 주식거래 약정고에 따른 인센티브로 그가 받게될
돈은 이미 1천만원을 넘었다.

작년 한햇동안의 성과급보다 많은 규모다.

상반기에 30억원도 되지 않던 정대리의 한달 약정고는 지난달 78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달에는 지난 11일까지만 80억원이다.

정대리는 "주위 동료들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H증권 본사에 근무하는 김과장은 이달초 회사로부터 50만원을 피복비
명목으로 받았다.

회사측이 IMF사태로 위축된 사회적분위기를 의식해 "보너스"란 이름 대신
피복비 형식으로 사실상의 상여금을 전직원에게 지급한 것이다.

S증권의 모과장은 최근 한달만에 "빚쟁이 신세"를 청산했다.

지난달 회사의 유상증자에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해 1만1천8백주를
주당 1천2백50원에 떠안았다.

그뒤 주가가 한달새 1만6백원으로 뛰는 바람에 현재는 평가이익이
1억1천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은행 빚을 얻어 친인척 이름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 날려버린
7천만원을 단번에 만회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이미 봄기운이 완연하다.

IMF 한파는 완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됐다.

지난 10월후 금리하락을 배경으로 증시가 초활황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주식거래량이 폭증, 증권사들이 엄청난 "연말특수"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초부터 시작된 수익증권 판매라는 새로운 수익원까지 가세하고 있어
증권사들은 그야말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불과 두달전 퇴출위기에 몸을 사렸던 것과는 1백80도로 상황이 뒤집어졌다.

증권업계의 호황은 역시 주가의 수직상승과 함께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는
점이 주된 원인이다.

지난 4-9월 증시침체기에 월평균 9조3천억원이던 거래대금은 10월
14조5천억원, 11월 23조원 등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거래대금의 약 1%를 증권사 수입으로 계산할 경우 11월에만 2천3백억원의
수수료가 생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우 현대 LG증권 등 대형사들은 지난달에만 2백억-3백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달들어서는 11일까지 거래대금만 20조원에 육박한다.

월간으로는 30조원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주식위탁수수료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주식보다 거래대금규모가 2배이상 많은 주가지수선물거래도 급증세
를 지속하고 있다.

선물거래의 경우 거래대금의 0.1% 정도가 증권사의 수수료수입으로
들어온다.

그 결과 상반기(4월-9월) 2천7백98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던 29개 증권사의
전체실적도 하반기부터는 흑자로 돌아섰다.

흑자규모는 10월이 1천6백74억원, 11월은 2천1백99억원이다.

삼성 대우 현대 LG 대신 등 대형사의 경우는 11월까지 누적순이익이 3백억-
6백억원에 달한다.

올 결산(내년 3월)에서는 1천억원이상의 흑자를 올릴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증권 판매 수수료도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뿌리내렸다.

현대(22조원) 삼성(20조원) 대우(16조원) LG(14조원) 등 증권업계가 판매한
수익증권규모는 90조원에 이른다.

연간 판매금액의 0.8%정도가 수익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현대증권의 경우
이 부문에서만 연간 1천7백60억원을 벌게 된다.

주식시장에서도 증권주는 단연 주도주로 부상했다.

증권업종지수는 지난 10월이후 무려 3백60%나 상승,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81%)을 4.4배가량 앞지르고 있다.

금융업종 애널리스트인 삼성증권의 백운과장은 "주식거래량 증가는 곧바로
증권사 수지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활황국면에서 증권주가 주도주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