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이남호(42.고려대교수)씨가 세계 민담기행집 "상상력의
보물창고"(현대문학)를 펴냈다.

이 책에는 세계 각국의 민담 52편이 실려있다.

흔히 알려진 "미련한 곰"과 "영악한 여우"의 관계를 역전시켜 여우가 곰의
꾀에 넘어가 골탕먹는 이야기도 등장한다.

언뜻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는 결코 웃어넘길 수 만은 없는 삶의
진리와 해학이 배어있다.

특히 지혜와 기지를 발휘해서 눈앞의 위기를 넘기는 이야기,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부강시킨 왕의 통치 과정 등 동서양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펼져진다.

노인이 왜 존중받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몽골의 민담도 들어있다.

"민담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오랜 삶이 빚어낸 삶의 지혜가 닮겨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과 내면의식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이나 사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지요"

이씨는 "민담이야말로 문학의 원형이자 상상력의 보물창고"라며 "세상살이가
고달프고 마음이 의지할 곳을 잃었을 때 우리가 고향의 품으로 돌아가듯
문학적 감수성이 흐려질 때는 옛날 이야기의 품을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민담에 관심을 가진 것은 90년대 초반.

근대적 양식의 문학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느낌이 들어 옛날
이야기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예부터 전해져오는 이야기를 신화와 전설 민담 등 세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민담은 평범한 인물들이 겪는 특이한 체험을 담고 있어
우리에게 친숙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야기거리도 풍부하다는 얘기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