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의 문제지적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조치를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WTO의 판정결과를 보는 미국과 한국의 시각이 판이한데다 서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외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살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8일(워싱턴 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조정
위원회는 미국이 한국의 D램반도체 수출업체들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계속
물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바셰프스키 대표는 "WTO 패널은 미국에 대해 반덤핑 관세 철회를 권고
하도록 요구한 한국 정부의 제안을 거절했으며 사실상 모든 면에서 미국을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WTO가 미국 반덤핑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한국산 반도체(D램)
에 대한 반덤핑조치를 철회하도록 권고하지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WTO는 이번 판정에서 "향후에 덤핑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규정을 적용해서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반덤핑규제를 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WTO는 그러나 문제의 미국 통상법령을 시정토록 권고하면서도 반덤핑조치의
철회를 촉구하지는 않았다.

미국측은 이를 놓고 반덤핑조치 철회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상 미국
으로선 잃은게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날 바셰프스키 대표가 "전체적으로 WTO 패널의 결정에 만족한다"면서
"WTO 패널은 (미국에 대해) 한가지 결함(상무성 규정을 말함)을 지적했지만
이는 반덤핑 조치를 손상시키지 않고도 시정할 수 있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해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입장은 정반대다.

업계 관계자는 "WTO는 구체적인 품목에 대한 반덤핑조치를 철회하도록
요구하기보다는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관례"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측은 애초부터 "철회권고"를 별로 기대하지 않았고 WTO가
상무성 규정을 고치라고 한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

미국은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D램 반도체에 대한 덤핑혐의를 잡고 3차례
연속 심사를 한 결과 덤핑마진이 무시할 정도(미소마진)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 경우 반덤핑규제를 풀어주는 것이 당연한데도 "향후 덤핑을 가능성이
없다"는 정황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철회하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정부는 작년 8월 미국정부를 WTO에 제소했고 지난 8일 WTO의
판정이 나왔다.

< 이동우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