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와 자본제휴를 맺은 바로 뒤였다.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부문 고급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집인원은 1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접수를 마감한 결과 무려 2천여명이 몰려들었다.
2백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IMF체제 이후 취업난을 감안하더라도 일반관리직이 아닌 연구직에 이같은
경쟁률을 보인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어필텔레콤의 최근 "성가"를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어필텔레콤은 올해 개인휴대통신(PCS) 단말기 하나로 벤처신화를 이룬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5월 "어필"이라는 PCS폰이 "세계 최소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출시
됐을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에겐 기대만큼 주목받지는 못했다.
이미 이동전화 단말기시장은 "애니콜"(삼성전자)이나 "싸이언"(LG정보통신),
"걸리버"(현대전자)등 대기업 제품이 휩쓸고 있었기 때문.
소비자들도 으레 "대기업 제품은 품질도 뛰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신뢰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어필은 정확히 3개월만에 이같은 소비자들의 믿음을 깼다.
벤처기업도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으면 대기업이 무서울 게 없다는 작은
진리를 증명해보인 것이다.
말그대로 어필 PCS폰은 앞선 품질과 기술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결과 대기업 제품의 두터운 아성을 뚫고 불황기의 최대 히트상품의 하나로
떠올랐다.
어필텔레콤이 불과 6개월여만에 정보통신업계의 "무서운 아이"로 떠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이다.
어필텔레콤은 PCS폰을 개발하는 데 80억원을 투자했다.
생산시설비등을 제외한 순수 기술개발비만 25억원이다.
대기업들이 휴대폰 1개 모델을 개발하는 데 순수 연구비로 보통 20억원정도
를 투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회사 인력구성에서도 기술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현재 이 회사의 전체 1백40명의 직원중 30%가 순수 연구인력이다.
여기에다 생산 기술팀 등을 합치면 엔지니어만 7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무선통신 개발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급
인력도 10명에 달한다.
과감한 아웃소싱(외부위탁)을 통해 조직을 최적으로 효율화시킨 것도
어필텔레콤의 쾌속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어필이 한 달에 생산해내는 물량은 PCS폰 10만대, 무선호출기 1만대,
시티폰 4천대정도다.
이 정도면 대단위 공장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 회사는 변변한
생산라인조차 없다.
자재 구입 연구개발 제품 테스트 등 핵심 기능만 본사가 하고 생산은 전부
아웃소싱으로 해결한다.
회사 관계자는 "아웃 소싱 이후 생산에 드는 비용이 20%이상 절감됐다"며
"수율(불량품을 제외한 완성품비율)도 93~95%로 국내 대기업수준보다 높다"고
말했다.
어필은 이같은 기술 중시경영과 사업효율화 덕분에 올해 경영실적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있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4백% 가까이 늘어난 2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순익 또한 작년 두배 수준인 2백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어필텔레콤은 지난달 미국 모토로라에 지분 51%를 매각하면서 세상을 또한번
놀라게 했다.
설립 4년밖에 안된 이 회사 주식이 액면가보다 20배 가량 높게 팔린 것이다.
이번 지분 매각 대금으로 어필은 자사 자본금의 10배정도인 4천5백만달러(약
6백억원)를 챙겼다.
어필은 이번 전략적 제휴를 계기로 국내 생산시설을 본격적으로 늘려나가
내년부터는 모토로라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물량을 공급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수출에도 박차를 가해 연간 수백만대 규모를 해외시장에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어필은 또 PCS폰 이외에 차세대 통신수단으로 주목받게 될 무선케이블TV나
무선가입자망(WLL)관련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서 종합통신장비업체로 변모해
나갈 방침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