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그룹의 구조조정의 여진이 협력업체를 덮치자 부품업계들의 불안감은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3~7사가 경쟁을 벌이던 자동차 가전 등 주요 산업의
최종조립업체수는 1~2개사로 축소된다.
부품을 대는 협력업체수도 절반이하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재 7대 사업구조조정 산업에 직접 납품을 하는 1차 협력회사는 줄잡아
2천4백여개사.
이 가운데 1천개가 넘는 회사는 탈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2,3차 부품업체를 포함하면 일감이 끊기는 회사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부품업체뿐만 아니라 판매대리점도 같은 처지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역시 자동차와 가전.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위기감이 높다.
자동차업계의 1차 협력업체는 1천여사.
그러나 현대가 기아와 아시아를 인수하고 삼성자동차가 대우자동차에
인수되면 적어도 5백여개 업체는 설 곳을 잃고 만다.
현대 기아에 동시에 납품하고 있는 1백여개사는 일단 생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회사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자동차 1차 협력업체 88개사도 당장은 납품을 유지하겠지만 협력구조가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전자부품업계도 마찬가지.
대우가 삼성전자로 넘어가면 중복되는 부품업체의 정리는 불가피하다.
삼성의 가전부문 1차 협력업체는 1백53개사, 대우전자 1차 협력업체는
1백87개사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이 밑에 거느리고 있는 2,3차 협력업체는 적어도 1천여개에 이른다.
두 회사의 통합만으로도 1차 협력업체는 2백개에 가까운 회사가, 2,3차를
포함하면 5백개가 넘는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이는 셈이다.
반도체 항공 선박용엔진 철도차량 발전설비의 경우 자동차나 가전에 비해
협력업체수가 적고 모기업수도 많지 않아 다소 구조조정 폭은 작지만 여기도
무풍지대일 수 없다.
철도차량 1차 협력사도 1백50개, 발전설비 협력업체도 1백여사가 불안한
위치다.
더욱 협력업체들을 떨게 만드는 것은 대기업들이 특히 이번 구조조정을
협력업체망 재편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김우중 대우 회장은 최근 협력업체 총회에서 "부품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과감한 구조개혁과 대형화가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품질이나 납기를 못맞추는 업체들은 과감히 도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도 오는 17일 기아협력업체 대표들을 모아
지원을 약속하는 자리에서 구조조정에 따라오지 못하는 협력업체들은 반드시
퇴출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부품업체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이곳에 몸을 담고 있는 인력의 대량 실업
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판매망의 축소도 불가피하다.
특히 가전분야의 타격이 심하다.
대우전자의 제품을 판매하는 한국신용유통 등 1천여개 대리점은 삼성전자와
중복되는 지역이라면 더 이상 버텨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영삼 기협중앙회 산업진흥부장은 "부품업체들은 더이상 국내 완제품
메이커에만 의존하지 말고 독자적인 해외마케팅에 나서는 등 다각적인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며 "이에대한 정부의 지원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