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하는 조그만 출판사로 출범한 베르텔즈만(Bertelsmann)은 오늘날 6만명
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세계 50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세계 제2의
미디어 왕국이다.
베르텔즈만은 서적 잡지 텔레비전 음악 인터넷 등의 다양한 사업영역을
갖고 있으며, 올해 초에 랜덤 하우스(Random House)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영어서적 출판사가 되었다.
또한 3천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베르텔즈만의 서적 및 음악클럽은
이 회사의 큰 자산이자 자랑거리이다.
그러나 화려한 과거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는 법은 없다.
이 회사는 현재 여러 사업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잡지사업부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음악과 출판은 성장이 더디며, 서적 및
음악클럽도 인터네사업에 늦게 뛰어드는 바람에 고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료 TV사업도 독일 미디어업계의 거물인 레오키르히(Leo
Kirch)의 사업과 합병하려던 계획이 좌절됨으로 말미암아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러한 시점에 최근 약관 45세의 토마스 미델호프(Thomas Middelhoff)가
하는 방향으로 현재의 사업부들을 잘 추스리고 전망이 밝은 신규사업에
진출함으로써 베르텔스만을 탄탄한 성장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분권화를 중시하는 베르텔즈만의 기업문화가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베르텔즈만의 사업부장들은 각자의 사업부를 독립된 회사처럼
운영해 왔으며, 따라서 회서전체의 수익성보다는 그들의 사업부의 이익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델호프는 기술의 급격한 변화로 말미암아 앞으로는 각 사업부가
더욱 긴밀히 서로 협조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인터넷을 통한 서적판매업에서의 베르텔즈만의 쓰라린 경험은 바로 그러한
상호협조의 필요성을 잘 보여 준다고 하겠다.
즉 베르텔즈만은 아마존(Amazon)이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판매함으로써
자사의 서적클럽사업이 위협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2년이나 늦게 이 사업에
지출한 바 있다.
그 결과 아만존은 현재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베르텔즈만은 지난 10월에 2억달러를 주고 반즈 앤드 노블(Barnes & Noble)
이 갖고 있는 웹사이트 사업의 50%를 사야 했던 것이다.
미델호프는 회사전체의 자우너을 총동원하여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는
분위기가 베르텔즈만에 있었더라면 이러한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미델호프가 극복해야 하는 또 하나의 걸림돌은 베르텔즈만의 독일적인
색채이다.
베르텔즈만의 이사회는 모두 독일인들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위직의
경영자들도 거의 다 독일 사람들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 회사의 본사가 뉴욕에 있지 않고 아직도 독일의
소도시 귀터즈로에 있기 때문에 세계의 흐름에 둔감하다고 얘기한다.
이러한 지역적 민족적 한계를 극복하고 베르텔즈만을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인 미디어회사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미델호프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라고 하겠다.
유필화 < 성균관대교수/경영학 phyoo362@hite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