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화재사고로 공장이 완전히 탔다.
재산피해액은 10억원.
연매출 20억원의 중소기업으로선 큰 충격이었다.
내수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누가 봐도 망하게 돼있었다.
이 회사가 오는 15일이면 공장을 다시 돌린다.
그것도 연매출의 10%인 2억원의 수출오더를 따놓고 시작한다.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범농을 살린 건 종묘와 비료사업을 하는 동부한농화학이었다.
동종 업계의 업체라는 것 외에는 별 관련이 없는 회사였다.
동부는 자체 필요에 의해 고기능 육묘용기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시험결과 성능도 좋았고 시장성도 있었다.
대기업 아이템으론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무렵 범농의 화재
소식을 들었다.
동부는 범농에 전용실시권을 넘겼다.
범농은 전문업체답게 상품화에 금방 성공했다.
범농은 지난달 코엑스에서 열린 농자재박람회에서만 외국바이어로부터
65만장, 2억원 어치를 수주했다.
만들기만 하면 내수시장에서도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부한농화학이 범농으로부터 받는 돈은 연 5천만원의 기술료 뿐이다.
범농 임종배 사장은 "실질적인 대.중소기업의 협력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