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충격으로 사실상 마비상태였던 자본시장이 빠른 속도로 자생력을
되찾고 있다.

주가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IMF 관리체제로 접어들기 직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고 금리는 사상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따라 기업들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여건도 점차 개선되고 있어
자본시장이 기업자금조달 창구로서의 본래 기능을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500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7일 현재 주가지수는 4백90.71로 치솟아 8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잇따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주가는 경기에 선행한다는 점을 들어 곧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활황장세를 이용해 자금조달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상장기업들의 12월중 유상증자 규모는 2조7천7백억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금년 한해의 유상증자 물량도 9조5천억원에 이르러 90년대들어 최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서는 유상증자물량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예상밖으로 주식시장
은 힘들지 않게 이를 소화해 내고 있다.

우량기업들도 실권주 발생을 우려해 증자를 쉽게 할 수 없었던 올 상반기
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현상이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이종우 연구위원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올 4.4분기이후 빠른 속도로 자본시장이 정상을 찾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상증자보다 준비기간이 긴 기업공개는 내년초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한유화등 덩치 큰 기업들이 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을 준비하고 있다.

공개 주식에 대한 수요는 이미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7,8일 기업을 공개하는 자화전자의 경우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주문이
넘치면서 신주발행가격을 당초보다 5천원이나 높인 3만5천원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보다 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도 과실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채권시장에서도 6대이하 대기업그룹과 중견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이 지난달
부터 대거 유통되기 시작했다.

11월이후 현재까지 6대이하그룹 계열사와 중견기업들이 발행한 채권물량은
3조2천2백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9월까지만해도 채권시장은 겨우 5대그룹의 회사채만이 유통되는 형편
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투신사들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중견기업 회사채도 받아
가고 있다.

전체 채권발행물량중 6대이하 그룹사와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나 될 정도다.

채권부도에 대한 불안심리가 차츰 누그러지면서 신용등급이 BB에 불과한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도 수용될 만큼 자본시장 기능이 회복돼 가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3년만기 회사채의 수익률은 연 9.00%로 사상최저수준
까지 떨어졌다.

연초만해도 연 20%의 금리에도 채권이 사겠다는 기관투자가가 없었으나
이제는 시장에서 오히려 채권물량이 부족하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등에 크게 힘입었다.

원화는 현재 달러당 1천2백14원으로 연초의 1천7백원대보다 대폭 상승해
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최근의 증시에 대해 "유상증자 채권발행 주식공개 등 주요
기능들이 점차 회복돼 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들은 "자본시장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급조절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상장사들이 부채비율 축소등을 의식해 한꺼번에 과다한 증자물량을 쏟아
낸다면 증시가 다시 침체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내년도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규모는 올해 수준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는게 증권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 양홍모 기자 yang@ 송태형 기자 tough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