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의 사업구조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모범답안은 3~5개 주력업종을 중심으로 계열사를 절반 가까이 줄인
"소그룹"이다.

일부 정치권이 주장하는 "재벌해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그룹으로선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5대그룹은 지난달말 계열사 축소 및 주력핵심 사업업종
재편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했다.

이날 오후엔 구조조정 본부장 회의를 갖고 7일 청와대 정.재계간담회에서
발표할 구조조정계획을 조율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각 그룹은 3~5개 주력업종을 선정해 중점육성할 예정이다.

계열사 수는 40~60% 줄인다.

결국 주력계열사 위주로 소그룹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미 현대는 3일 자동차 전자 건설 중화학 금융 및 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소그룹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각 그룹의 사업구조조정은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지고 있다.

일단 주력계열사는 핵심 육성 대상이다.

이 가운데 부채가 과다한 업체는 정부가 그룹별로 1~2개씩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 대상으로 삼아 "별도 관리"한다.

비주력인 경우는 세 가지 처리방향이 있다.

우선 석유화학 항공 철차 등 7개 "중복.과잉업종"은 연말 완료를 목표로
5대그룹간 협상에 따른 사업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일부 대형 계열사의 경우는 이번 삼성자동차 대우전자의 경우처럼 "빅딜"의
형태로 맞교환될 전망이다.

기타 비주력업종은 분사, 매각, 통폐합 등의 절차를 거쳐 정리된다.

현대 삼성 등의 이름으로 남는 것은 그러니까 결국 주력사들인 셈이다.

그동안 5대그룹은 7개 사업구조조정 대상 업종부터 우선 정리하고 차근차근
핵심역량 위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벌이려 했었다.

그러나 당초 올 연말까지 기업구조조정을 완결짓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정부는 11월까지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아 이달들어 계속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요구를 재계가 적극 수용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5대그룹의 사업구조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5대그룹이 짜고 있는 새로운 판이 정부의 요구 "그대로"란 점이다.

김대중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5대그룹에 핵심업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경제각료들도 틈만 나면 "비주력계열사는 미련없이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또 김대중대통령과의 정.재계간담회를 앞두고 "급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마다 처한 환경이 다른데 같은 답을 쓰는 것 자체가 구조조정의 방향이
잘못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모그룹 관계자는 "기업간 자율 빅딜을 촉구하던 정부가 갑자기 대대적인
계열사 축소를 압박하면서 기업들의 불만이 많은게 사실"이라면서도 "일단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고 할 말은 하겠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라고 강조
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