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3일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1년을 맞았다.

97년 12월3일 한국은 IMF로부터 2백1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정책이행 프로그램"을 따르기로 합의함으로써 소위 "IMF시대"를 시작했다.

환란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렸던 한국에게 IMF는 당시 "구세주"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이 흐른 오늘.

IMF는 "빚쟁이"로 다시 돌아왔다.

휴버트 나이스 IMF 아태담당 국장은 2일 재정경제부를 방문해 IMF 차입금
상환여부는 원칙적으로 한국정부의 선택에 달렸으나 내년 1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38억달러의 차입금을 만기연장하지 말고 상환해 주면 좋겠다는
견해를 전달했다.

미국 등 회원국들의 자본금 증자가 내년 2월에나 실행되기 때문에 그때
까지는 비어 있는 금고를 채워야 한다는게 IMF측 입장이다.

이에대해 재경부는 "IMF 차입금을 만기연장 않고 갚되 만에 하나 앞으로
위기가 다시 발생하면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정부가 이같이 IMF 차입금을 상환키로 방침을 정한 데는 IMF의 빚독촉도
그렇지만 어느정도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피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 11월말 현재 가용외환보유액은 4백65억달러로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작년말 가용외환보유액이 최저 30억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끔찍한 시기"는
완전히 벗어난 셈이다.

총외채 규모의 경우 10월말 현재 1천5백35억달러로 작년말(1천5백80억달러)
에 비해선 크게 줄지 않았다.

그러나 실질적인 외채부담인 순외채(총외채-대외채권)는 작년말 5백27억
달러에서 지난 10월말 2백11억달러로 낮아졌다.

외환위기의 복병인 단기외채도 같은기간중 6백32억달러에서 3백10억달러로
절반이 감소했다.

게다가 지난 1년간 고실업과 성장감퇴로 고통을 치르긴 했지만 꾸준한
금융.기업구조조정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실물경제도 회복의 기미를
비치기 시작했다.

물론 우려의 시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1년전 IMF에 국가운명을 담보로 맡겼던 "뜨거운 경험"을 되새긴다면
외환보유액을 보다 충분히 확충하고 외환정책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IMF체제 1년은 한국경제에 고통스럽지만 값비싼 경험을 안겨다 줬다.

이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내일"을 향해 뛰어야 할 때라는게 전문가들
의 견해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