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산업계에서 인수합병(M&A) 열기가 재연되고 있다.

지난 5월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이후 한동안 뜸했던 M&A 관련
뉴스가 6개월여만에 봇물터지듯 다시 쏟아지고 있는 것.

29일 선데이타임스지는 영국의 전기전자회사인 GEC와 프랑스의 정보통신
업체인 알카텔이 합병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양사의 합병규모는 3백억파운드(약5백억달러)에 이르며 특히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이들의 합병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독일의 데어 슈피겔지도 항공기 제작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
에어로스페이스(DASA.독일)와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영국)가
수주내에 합병협상을 매듭지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DASA와 BAe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이들과 함께 유럽내 항공기제작
컨소시엄(에어버스)을 구성하고 있는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과 만트라도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앞서 지난달 27일에는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독일의 비아그와 스위스의
알루스위스 론자가 합병계획을 발표했고 제약업체인 독일의 훽스트와
프랑스의 롱프랑은 2일 합병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M&A소식은 세계 산업계, 그중에도
유럽과 미국에서 짝짓기 경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 회복이다.

유럽과 미국 기업들의 M&A는 하반기들어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위기 등 금융불안이 확산되면서 크게
움츠러들었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기업 합병의 강력한 동기 중 하나였던 합병차익
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는 이미 발표됐던 몬산토와 아메리칸 홈프로덕츠의 합병이
취소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그러나 11월들어 금융불안이 완화되고 미국과 유럽의 증시가 되살아나자
그동안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던 M&A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M&A붐의 또다른 요인은 유러화의 출범이다.

내년 1월 유러화가 출범하게 되면 유럽시장이 명실상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된다.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M&A붐을 미국기업이 아닌 유럽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금융부문의 경우 뱅커스 트러스트를 인수키로한 도이체방크 외에도
스위스의 UBS, 네덜란드의 ING그룹 등이 미국 금융기관 인수를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편 경제계 일각에서는 M&A붐에 대한 경계론도 제기하고 있다.

과도한 M&A야말로 거품경제를 반증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지난 30년대 대공황 직전에도 M&A가 붐을 이룬 점을 지적하고
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