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물론 해외에서도 "한국경제는 이제 바닥에 가까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 3.4분기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도 2.4분기와 같은
마이너스 6.8%를 기록했다.

지표상으론 더 이상의 추락을 멈춘게 확실해 보인다.

이성태 한국은행 조사부장의 말을 빌리면 "미끄럼틀로 치면 맨 끝 부분의
평평한 지점에 와 있다는 느낌"이다.

좋은 일이다.

경기가 추락을 멈췄다는건 "이제 좋아지는 일만 남았다"는걸 의미하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특히 정부가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빌려온 28억달러를 상환키로 한 마당
이어서 "이제 IMF고통이 끝나는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경기바닥론의 허구를 한번 따져봐야 한다.

올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 6%라면, 작년에 비해 경제가 그만큼 쪼그라들었
다는걸 의미한다.

작년 경제규모가 1백이었다면 올 경제규모는 94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경기가 바닥을 쳐 내년 성장률이 0%로 높아진다고해도 경제규모는 여전히
94다.

마이너스성장률이라도 기록한다면 경제규모는 올해보다 더 줄어들게 된다.

즉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지 않는한 경제가 바닥을 벗어낫다고 보기는
힘든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마이너스 성장폭이 주춤해졌다는걸 근거로 경기바닥을 주장하는건
섣부르다는 느낌이다.

호도된 경기바닥론은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그 환상이 빗나갈 경우
국민들이 느끼는 참담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영춘 < 경제부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