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는 어떻게 될까. 해마다 이때쯤이면 새해 경제전망이 관심사가
되지만 특히 올해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관심이 더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제시될 국내 각 연구기관의 경제전망을 종합해보면 관변연구소들은 대체로
올해 마이너스 5%대, 내년 2~3%를 예측하고 있는 반면 민간연구소들은 그보다
훨씬 낮은 성장률을 제시하고 있다. 전경련이 마련한 내년 경제전망 세미나
에서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마이너스 6.8%, 내년 0.3%성장전망을 내놓은
것도 그런 차이를 엿볼 수 있게 한다.

민간연구소들은 관변연구소에 비해 보수적인 시각을 갖게 마련이라고 할지
모르나, 25일 집계된 3.4분기 성장률 마이너스 6.8%는 민간연구소쪽 경기전망
의 설득력을 더하게 하는 일면이 있다. 민간연구소들도 경기저점을 언제 지날
것이냐에 대해서는 관변연구소와 견해차가 거의 없다. 현대경제연구원도 3~4
월 경에는 경기저점을 지날 것이라고 전망, 1.4분기중으로 점치고 있는 금융
연구원 등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경기저점에 대한 인식에 별차이가 없는데도 내년 성장전망이 2~3%와 0.3%로
엇갈리는 것은 회복속도에 대한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중에도 고실업 임금하락 등으로 소비심리 위축현상이 지속돼 내수증가
폭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부진이 지금처럼 계속돼서는 경기
침체에서 탈출하기는 어렵다는게 민간연구소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재정
적자를 더 늘리더라도 정부투자를 확대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돈을 좀더 풀고 돌게해야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는 총유동성증가율이
95년 19.9%, 96년 19%, 97년 16.3%, 98년 14.3%로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내년
1.4분기에는 14.1%로 더욱 떨어질 것이란게 통화당국의 자체 추정이고 보면
유동성공급 확대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기피 성향을
타개하기 위한 시책이 나와야 할 것 또한 물론이다.

성장률이 올해보다 다소 높아진다 하더라도 실업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 불가피한 형편이고 보면 공공부문 투자확대는 이래저래
긴요하다고 본다. 최근들어 경제가 다소 호전되는 기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달러약세 엔강세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엔강세가 장기적인 추세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저점을 지나면 회복세가 뚜렷할 것으로 보는 낙관적인 시각은
문제가 있다.

올해 국제수지는 수입부진으로 큰 폭의 흑자를 냈지만 내년에는 이것 역시
불확실한 측면이 강하다.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급격한 원화강세 등은 더욱
그런 우려를 더하게 한다. 경기회복속도에 좀더 힘을 넘어주기 위해서도
그렇고 지나치게 빠른 원화강세에 제동을 걸기위해서도 지속적인 금리인하
방안이 나와야한다. 경기부양시책이 좀더 강도있게 시행돼야할 시점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