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이 아시아경제 회생을 돕기 위한 지원방안을 잇따라 내놓아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 예로 최근 태국을 방문중인 일본 통산상이 지난 23일 기존의 지원책과는
별도로 해마다 1조엔씩 5조엔의 엔차관을 제공하는 "아시아판 뉴딜정책"을
제안했다. 이밖에 이달 중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발표된 미국과 일본의 1백억달러 아시아지원기금 구상 및 지난 9월에 발표된
3백억달러 규모의 "미야자와 플랜" 등이 있다.
눈앞의 경제위기 탈출이 워낙 다급한 우리로서는 이같은 제안들이 내심
반갑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측의 선심공세에 어떤 저의가 있지 않나 의심
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즉 내수경기 부양 및 신속한 금융개혁을 촉구하는
세계각국의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실속없는 선전공세거나 아니면 일본이
아시아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이같은 혼선과 의심을 없애기 위해서도 일본정부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들을 명확히 하고 서둘러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일본의 아시아지원은 두가지 점에서 당연하다. 하나는 세계최대의 외화자산
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아시아 경제위기에 책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
에 이어 러시아 중남미 등이 잇따라 외환위기에 빠지자 이들을 지원하던 국제
통화기금(IMF)마저 돈줄이 바닥나 7백억달러의 증자를 서두르는 형편이다.
또한 해마다 거액의 무역수지흑자가 누적되는데도 아시아각국의 수출상품을
사주지 않는 일본시장의 폐쇄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게다가 거품경제를
심화시켰고 무분별한 자본수출로 아시아 통화위기를 유발시킨 책임이 크다.
다른 하나는 일본경제를 위해서도 아시아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8년동안 일본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애썼지만 별로 효과가 없는데 상환기간
40년에 연간 0.75%의 장기저리 차관을 제공하는 대신 일본제품을 사게 한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일본시장이 대폭 개방되고 무역
거래에 대한 엔화결제 비중이 늘어나야 아시아경제가 달러환율에 덜 민감하게
됨으로써 또다른 통화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그런데도 구체적인 실천보다 여전히 말만 앞세우고 있고 지난번 APEC회의
에서도 아무런 성과도 없이 아시아경제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
하는 듯한 인상만 준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본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아시아경제가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고 결과적으로
일본경제도 장기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엔화의 국제화나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은 그다음에 추진해도 늦지 않은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6일자 ).